요가, 골프, 달리기, 등산, 서핑까지. 하루 평균 1만보를 걸으며 몸을 혹사시킨 탓에 성한곳이 없다. 3일 연속 서핑의 여파는 컸다. 팔목이 시큰거리고 어깨가 아파 이틀 간 휴식을 취했다.
몸이 불편하다보니 한없이 게으러졌다. 몸을 쉬게 해줘야 빨리 낫는건 맞지만 꼭 방구석에서 쉴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처럼 유튜브 영상을 보며 실없이 웃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한 달 넘게발리에 지내다보니 간절함을 잃었다. 매일 아침 일출을 찾아다니고 매일 저녁 일몰을 찾아다녔었는데 말이다. '아, 여기 발린데...".
부랴부랴 차를 불러 가까운 사누르 바다로 갔다. 내리자마자 바닷바람이 나를 감싼다. 눈 앞에는 여전히 꿈처럼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한산한 일요일 오후, 최소한의 옷만 걸친채 일광욕을 즐기는 서양인들이 해변 모래에 널부러져있다.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개들 역시 따뜻한 모래를 장판삼아 낮잠을 즐긴다. 낚시하는 사람, 갯지렁이를 잡는 사람, 연을 날리는 사람이 부산하지 않게 어우러졌다.
입이 아닌 코를 써서 숨을 깊게 들이마시면 바다의 향이 은은히 코로 전해진다. 디지털노마드를 겨냥해 수영장+웰컴드링크+코코넛+피자+Free Wifi를 제공한다는 Genius Cafe Sanur에선 너무 시끄럽지 않은 잔잔한 노래를 틀어준다.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걸, 그냥 나오니까 좋은거다. 하늘이 좋고 바다가 좋고, 바람이 좋고 햇살이 좋다. 요가에서 배운 자연에 대한 감사함, 우주, 지구에 대한 감사함을 되새긴다. 내눈앞의 풍경, 존재 자체에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