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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Mar 30. 2022

발리=서핑, '수포자'도 걱정없는 발리 서핑캠프

왕초보 서퍼 성장기(1)

그래도 발리는 서핑이다. 아무리 요가가 좋다 한들, 비치클럽과 수영장이 끝내준다 한들 말이다.

휴가를 내 싱가폴에서 경유까지 하면서 발리로 와 3박4일을 함께 한 친구를 보내고 약간의 공허함이 찾아왔다. 좀 쉬어갈 생각으로 스미냑에 저렴한 호텔로 2박을 잡았다. 이튿날 아침 스미냑 해변으로 아침 산책을 나갔다. 한 현지인이 서핑 강습을 권유했다. 1시간 강습하고 1시간 자유 서핑에 20만루피아(1만7000원). 일단 시세를 파악했다.

물이 너무 무서워 수영도 못하는 '수포자(수영배우기를 포기한 자)'인데 서핑이라니. 물론 발리=서핑이라는 공식에는 동의하고 발리 해변을 거닐때 보이는 자유롭게 파도타는 서퍼들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순간 실수로 죽어버리면 행복이고 뭐고 다 끝나는 것 아닌가.

그래도 한 달 이상 발리에 살면서 서핑을 하지 않고 돌아간다면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하는건데...'발리 서핑' 검색을 시작했다. 마침 코로나 때문에 휴업했다 이제 막 재개업한 한인 서핑캠프의 '반값할인'이 눈에 들어왔다.

고민을 다 마치기도 전에 나는 서핑캠프 사장님께 카톡을 보내고 있었다. 4박 정도만 가볼까...했는데 일주일을 채우면(6박) 가격이 말도 안되게 더 좋았다. 이 기간에 예약자가 나 말고 아무도 없다고 했다. 사람은 많아도 좋고 없어도 좋다. 또 크게 고민하기전에 당장 내일 가겠다고 하고 일주일치 비용을 송금했다.

다음날 오후, 사누르에 있는 캠프로 향했다. 사누르 해변과 중심지에선 2km 정도 떨어진 곳인데, 안성 금광면 몽실이네민박이 떠오를만큼 시골이었다. 논밭 사이로 좁은길을 지나 숙소가 나왔다.

한인 서핑캠프 이름은 '발리별 서핑캠프'. 도미토리룸이 남자용, 여자용 하나씩 있고 2인이 쓰는 넓직한 개인실이 하나 있다. 조그만 수영장도 있는데 서핑 연습용이라고 한다. 태어난지 한 달 된 새끼고양이 '별이'가 있다. 밤에는 하늘에서 별이 쏟아진다.

사장님과 스탭 한분이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다가 얼마 전에 다시 문을 열었다고 한다. 아니, 사실상 재개업 '준비중'이었다. 나는 유일한 손님이자 재개업 후 '첫 손님'이었다.

당장 내일 서핑을 한다고 하니 겁이 났다. 유튜브에서 수영 동영상을 찾아보고 물에서 호흡하는 방법을 외웠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랄까. 사장님이 보내주신 서핑 '테이크오프(일어서기)' 기본동작 영상도 몇 번 되돌려봤다. 딱 설렘 반, 기대 반이었다.

다음날(오늘) 아침 9시 캠프를 출발해 첫 서핑 장소 꾸따로 향했다. 1대1 강습과 동영상 촬영, 운전 등을 담당하는 현지인 직원 2명이 함께 했다. 총 5명인데, 여기서 손님은 나뿐이었다. 사실상 1대4 집중캐어를 받은 셈이다.

서핑 장소와 시간은 날에 따라 다르다. 전날 오후 애플리케이션으로 파도가 들어오는 시간과 바람 강도 등을 체크한다. 파도가 좋다는 곳을 무작정 찾아가 즉석 서핑레슨을 받는것보다 서핑캠프가 좋은 이유다. 고심하고 골라 찾아간 파도가 좋은 장소와 시간에 서핑을 즐길 수 있다.

한 달 전 발리에 도착한 첫 날, 믿기힘든 석양 풍경을 보여주며 '아, 이게 발리구나' 느끼게 해준 꾸따 해변. 이번에는 거친 파도가 해변 노점 근처까지 다가오며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저기에 몸을 실어야 한다니... 할 수 있을까?

드디어 레슨 시작. 물에 들어가기 전 모래사장에서 연습을 했다. 가슴을 먼저 일으켜세우고 오른발을 먼저 앞으로, 왼발을 더 앞으로 세워 일어서는 방법이다. 10번 정도 연습을 한 뒤 보드를 들고 바다로 걸어들어갔다.

38살 형님인 꼬망이 내 전담 인스트럭터를 맡았다. 해변에서 50미터 정도 거리를 들어갔다. 꼬망이 거의 태워준 수준. 전담이다 보니 2시간 동안 나만 신경써준다. 내가 탄 보드를 끌고 들어가서 적당한 파도가 지나갈때 방향을 맞춰준다. push-stand up 구령까지 넣어준다. 거기에 맞춰서 일어서면 된다.

처음엔 일어선지 3초만에 고꾸라졌다. 물에 빠지는 게 무서웠고, 자신감이 없었다. 그런데 물에 빠져보니 물도 생각보다 안먹었고 수심도 그렇게 깊지 않았다.  

반복의 힘. 버티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졌다. 5번쯤 하고나니 선채로 해변 끝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쉬웠다. 스노우보드와 스케이트보드와 비슷한 원리라고 한다. 15초 정도 바다 위에 서있으니 자신감이 생겼다.

1시간 정도 신나게 서핑을 즐겼다. 바닷물에서 이렇게 오래 있던게 얼마만인가. 양양 바다에서 바람없는날 패들링만 해본적이 있는데, 한국 바다와 발리 바다는 차원이 다르다. 왜 서핑천국인지 알게 됐다.

꼬망 선생님은 내 실력이 점점 늘고 있다며 칭찬해줬다. 사장님도 처음 타는 사람중엔 테이크오프를 아예 못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이런 말에 신나는 나는 영업에 약하다.

서핑은 힘을 많이 쓰는 운동이다. 다리와 팔 근육이 묵직해지는걸 느꼈지만 지치지 않았다. 재밌는게 더 컸다. 잠깐 쉬고 1시간을 더 탔다.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점심식사 후 캠프로 돌아와선 영상을 분석했다. 다른 직원 꼬밍이 내가 서핑하는 영상 20여개를 찍어놨다. 3초만에 고꾸라진 첫 영상과 그래도 넘어지지 않고 버틴 다른 영상들을 하나하나 리뷰했다.

영상리뷰 시간은 30분 정도 이어졌다. 사장님이 영상을 하나 하나 틀면서 어떤 점이 문제인지를 짚어주며 어떻게 고쳐야하는지를 알려줬다. 직접 몸으로 시범도 보여줬다. 직접 타보고 나니 이해가 쏙쏙 잘됐다.

시선은 정면을 응시할 것, 상체를 디딛을때 손바닥 위치를 가슴에 최대한 붙일 것, 엉덩이 위치는 머리보다 밑으로 할 것, 왼발(앞발)은 보드 가운데에 둘 것, 왼발과 오른발의 균형은 6:4 정도로 유지할 것, 몸이 너무 뒤에 있으면 브레이크가 걸리고 앞으로 보내면 노즈다이빙(코부터 빠지는) 위험이 있다 등.

영상리뷰 후 지상훈련이 진행됐다. 역시 학생은 나 혼자, 1대1 과외. 오늘의 포커스는 시선과 푸쉬 손 위치다. 사장님이 직접 시범을 보였다. 패들링할 때부터 가슴을 세우고 시선을 정면 응시, 보드판을 밀면서 일어설 때 손과 팔의 위치, 두발을 앞으로 당길 때 엉덩이의 위치. 앞모습과 옆모습 시범을 수차례 반복했다.

배운대로 몇번 따라하니 요령이 생겼다. 오전에 바다에서 탔던 기억이 나면서 다시 나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번 정도 반복해서 연습하니 매트에 땀이 쏟아졌다. 시선 정면고정과 푸쉬 손 위치, 두 가지만 정확히 신경쓰며 했더니 다른 자세도 좋아졌다. 균형감을 잡기가 쉬워졌다.

오늘은 기대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얻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 같은 확신, 자신감이 생겼다. 내일은 일출 서핑이다. 새벽 5시30분에 출발한다고 하니, 일찍 자야한다. 꽤 만족스런 서핑캠프 첫날이다.

내가 탄 영상 보며 리뷰해주고 시범보이는 발리별서핑캠프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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