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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Apr 19. 2022

발리에서의 50일…Eat, Relax, Be happy

행복하게 사는법

꿈같던 '발리 50일 살기'를 마쳤다. 발리가 왜 '신들의섬'으로 불리는지 수긍할만한 비현실적인 자연을 매순간 마주하며, 오롯이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50일을 썼다. 잘 먹고 잘 쉬었다. 행복해지는법을 배웠다.



#자연

제주도 3배 크기의 발리는 어딜 가나 다른 매력을 뽐낸다. 도착한 첫날 해가 지기전에 부랴부랴 달려갔음에도 볼 수 있던, 새빨간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황홀한 꾸따해변의 석양. 요가원 숙소 창으로 아침마다 파고들어 잠에서 깰수밖에 없는 아름다움, 열두번의 아침마다 같은 장소이지만 다른 매력을 선사한 기안야르의 일출. 이밖에도 발리의 일출과 일몰은 매일매일을 하이라이트로 꼽을만큼 화려했다.


이뿐이겠나. 뭉게뭉게 왜 저러는지 모를 정도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게 뭉친 구름들이 새파란 하늘을 심심하지 않게 해준다. 바다는 조금만 움직여도 색이 다르다. 각도에 따라 시간에 따라 지역에 따라 다른 파도, 그와 어울리는 바닷물, 백사장부터 흑사장, 자갈밭까지 해변마다 다른 모래사장까지.


바투르 화산을 오르면서는 쏟아지는듯한 별을 또다시 마주했다. 7년 전 브로모 화산을 오르기 전날 봤던 별똥별들, 셀수없이 많은 별들이 보여 별자를 알아보기 힘들었던 그 기억, 나를 인도네시아로 다시 이끈 그 장면과 다시 만났다.


어딜가나 울창한 숲에서 들리는 풀벌레와 맹꽁이 소리, 우기 막바지에 예고없이 쏟아지는 물줄기 소리도 청량했다. 비온 다음날 이른 아침 불현듯이 찾아온 쌍무지개는 발리 하늘 전체를 뒤덮었다.


#EAT


이슬람이 메인이라 돼지고기를 잘 팔지 않는 자와(자카르타가 있는 인도네시아 주요 섬) 지역에선 음식이 잘 맞지 않았다. 발리는 확실히 달랐다. 첫날 아무데나 쓱 들어가 일본식 라멘을 먹었는데, 한국은 물론 일본 현지의 맛을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둘째날 짐바란 수산시장에서 1kg에 2만원하는 랍스터를 사서 '로맨틱 비치'로 불리는 짐바란해변에 있는 식당에 요리를 맡겼다. 고급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발리 음식은 실패가 없다. 발리 곳곳에 하나 둘 있는 한식집은 아무데나 가도 한국 유명맛집보다 맛있다.

돼지갈비 립요리 '누리스'와 통돼지구이로 만든 '바비굴링', 한국으로 치면 백반인 '나시짬뿌르' 등 현지식들도 너무 맛있었다. 주기적으로 한번씩 '충전'이 필요한 음식 리스트에 올랐다. 나시짬뿌르, 나시고렝, 미고렝은 가격도 착하다.


요가원에서의 '식사' 개념은 이전과는 좀 달랐다. '뭐먹을까'라는 하루에도 2~3번씩 하는 고민, 나는 항상 '취향', 테이스트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왔다. 요가원에서는 삼시세끼를 주는대로, '채식'만 했다. 잡념을 버리고 몸과 마음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고기반찬없이 한끼를 잘 먹지 못하는 내겐 충격적인 도전이었다.


결과는 대만족. 일시적일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온화해졌다. 고기없이도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몸이 많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운동량을 늘리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발리에서만 몸무게 5kg을 줄였다. 그렇게 잘먹으면서도 말이다.  



#RELAX


완전한 휴식을 즐겼다. 발리 곳곳을 돌아 다였다. 요가, 서핑, 골프, 화산등산, 무에타이, 테니스까지 안해본거없이 다했지만 중간중간에 아무것도 안하는 '휴식 중 휴식' 시간을 끼워넣었다.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고 멍하니 바다를 보고,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선베드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세어봤다. 숙소 주변을 천천히 걸었다. 스무번 가까이 받은 마사지는 어딜가나 만족스러웠다.


한국에선 난 너무 바쁘게 살았다. 점심 저녁 꽉꽉 채운 일정표의 '미션'들을 하루하루 '클리어'하는, 주말에도 새벽부터 일어나 몇시간 운전해 골프장에 가고 술먹고 돌아오면 주말이 끝났다. 술에 취하지 않고 진정한 '쉼'을 즐긴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제 무리하지 않는다. 몸 어느 한 곳에 이상이 생기면 그 부위를 쓰지 않는다. 과식하지 않고 과음하지 않는다. 운동도 몸이 다칠정도로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BE HAPPY


쉬는 시간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꼽을만큼 행복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이 행복을 어떻게 유지할까, 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만족하기. 불행은 비교에서 시작된다. 가수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아' 가사를 봐도, 10만원을 가진 너는 100만원을 가진 나를 부러워하겠지만, 100만원을 가진 나는 1000만원을 부러워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인 현실이다. 하지만 장기하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전~혀 부럽지가 않다고. 내가 가진 것, 상황에 만족하면 된다. 물론 더 갖고 싶은게 나쁜건 아니다. 삶에 동기를 부여하고 에너지를 줄 수 있다. 다만 지금 가지지 못한 것에 슬퍼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용서하고 이해하기. 발리에 도착하자마자 경험한 '침묵의날' 녜삐데이. 하루 동안 발리의 모든 활동이 멈춘다. 난 녜삐데이 다음날 문화에 더 정감이 갔다. 다시 활동을 시작하며 그동안 약간의 거리낌이라도 있던 지인들에게 무작정 연락해 사과를 하는 풍습이다. 대인관계에서의 서운함, 불편함은 지나친 기대에서 비롯한다. 내가 원하는대로 상대방이 행동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가질 때 섭섭한 생각이 든다. 이럴 때 대화하면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앙금이 쌓인다. 내가 먼저 마음을 비우면 된다. 상대방의 생각도 틀린 게 아니다. 내가 그랬듯 일련의 과정을 겪어 나온 생각일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하고 싶은건 하고 살기. 발리에서의 50일, 인도네시아에서의 80일 전체를 봐도 마찬가지지만 하고 싶은건 다 하고 살고 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면 되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사면 된다. 수습은 어떻게든 된다. 요즘들어 느끼는건 수습범위를 넘어서는 큰 욕구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내키는대로, 운동도 좋아서 꾸준히 하며 살다보니 몸과 마음이 많이 건강해졌다. 이제, 아프지 않다. 발리 현지식당에 걸린 장식품이 마음에 다가왔다. EAT, DRINK, RELAX, HAPPY. 드링크(술)는 좀 줄여도 좋다. 내 목표는 한국에서도 발리처럼, 인도네시아처럼 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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