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여정 3개월. 이제 딱 2주 남았다. 정리를 시작할 때다. 여러가지 남은 게 많은 아주 만족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은 것 중 하나는 인도네시아어다.
원래 계획은 자카르타에 입국해 6일간 호텔격리를 하며 40강정도 되는 EBS 초급 인도네시아어 강의를 다 듣는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계획은 계획일뿐. 7개밖에 못들었다.
기본 중 기본만 배웠다. Apa kabar?(how are you?) 같은 인사말, Saya(나), Anda(너), Dia(그/그녀)와 ini(이), itu(그), orang(사람) 등 쉬운 단어들을 익히고 어순이 영어와 같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인도네시아는 문자로 영어를 쓴다. 그래서 문턱을 넘기 쉽다. 몇가지 발음이 다르다는 점(k=ㄲ, c=ㅉ, t=ㄸ...규칙성이 있다)만 익히면 인도네시아어를 읽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곧바로 실전 투입. 그랩 기사, 골프장 캐디, 음식점과 마사지샵 직원 등 현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최대한 인도네시아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영어와 어순이 같고 비슷한 단어도 많은 덕에 모르는 인도네시아 단어는 영어로 대체했더니 어느 정도 말이 만들어졌다.
여행지에선 한국어를 서툴지만 쓰는 현지인도 꽤 있어 3개 국어를 섞은 대화가 이뤄졌다. 어느 언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인도네시아어를 빨리 배우는 법은 무조건 많이 쓰는 것이란걸 새삼 또 느꼈다.
인도네시아 여정 초반, 자카르타와 보고르에 있을때는 인도네시아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보고르 친구 집에 초대받았을 때도 할머니가 밥을 차려주며 하시는 말을 하나도 못알아들었다.
친해진 현지 친구들과 메신저로 대화를 할 때도 웬만하면 인도네시아어를 쓰려고 했다. 모르는 말은 번역기를 사용하며 익혔다. 인도네시아에는 특히 한국문화에 관심많고 영어를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다. 이 친구들과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인도네시아어가 늘 수 있었다.
발리로 거처를 옮기고 요가원에서 2주를 보내면서 한달정도 인도네시아어 온라인 강의를 듣지 않았다. 오랜만에 인도네시아어 강의를 켰는데, 너무 쉽게 느껴졌다.
단어도 아는 단어가 많았다. 날씨가 더운 자카르타에는 에어컨이 빵빵한 몰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사원에 갈 때 살롱을 둘러야 한다는, 발리에 여행한 뒤에는 지인들에게 기념품을 돌린다는 등 인도네시아 문화를 설명해줄때도 다 아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썼던 말을 왜 그렇게 쓰게 된건지 강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회화 강의는 더 쉽게 느껴졌다. 순식간에 모든 강의를 어려움없이 들을수 있었다. 단어들만 더 외우면 대화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한국에선 강의를 아무리 들어봤자 와닿지 않는다. 현지에서 직접 쓰고 듣고 말해야 한다. 실습이 최고다.
언어를 배우면 자유로워진다. 내가 생각한걸 표현하고 남들의 표현에 반응을 할 수 있는건 큰 자유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한층 성장하는 기분이 든다. 다음에는 어떤 언어를 배울지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