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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Apr 25. 2017

윤동주, 달을 쏘다

윤동주 시인의 삶을 그린 뮤지컬

오랜만에 국내 위인의 일대기를 조명하는 뮤지컬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웅>, <사의찬미>, <곤 투모로우> 등 암울한 일제시대에 한국의 독립을 위해 저항한 인물들을 다룬 작품이 많이 있죠.

오늘은 그 중에서도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인 윤동주 시인의 일생을 다룬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윤동주, 달을 쏘다> 소개

뮤지컬 <영웅>의 극본을 쓴 한아름 작가가 대본을 쓴 <윤동주, 달을 쏘다>는 서울예술단의 첫 작품으로 2012년에 초연된 작품입니다. 2012년 초연, 2013년 재연에서 높은 작품성과 인기로 2016년 삼연에 이르러 올해 네 번째 공연까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윤동주의 시에 음악을 입힌 뮤지컬 넘버들(서시, 별 헤는 밤 등)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총 8개의 윤동주의 시가 뮤지컬 넘버로 재탄생하였는데 극중 상황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로 하여금 몰입하여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줍니다.

2. 줄거리

북간도에서 태어나 자란 윤동주는 절친인 사촌 송몽교와 함께 연희 전문학교에 입학하여 경성으로 오게 됩니다. 일제시대의 대학생활은 낭만없이 삭막하지만 그곳에서도 윤동주는 강처중, 정병욱, 이선화 등의 친구를 만나며 시인으로서의 꿈과 역량을 키워갑니다.

하지만 조선이 일본에 합병되고 조선말 교육이 법적으로 금지된 상태에서 일본은 창씨개명을 강요하고 윤동주와 송몽규는 차라리 일본으로 건너가 거기서 새로운 길을 찾기로 결심합니다.

일본의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와중에 윤동주는 시가 과연 무엇인지, 나라를 잃은 상황에서 시를 쓴다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일본의 총칼앞에 무력하게 나라마저 뺏긴 우리에겐 군대가 필요하지 왜 시가 필요하냐고 스스로에게 되묻습니다. 

그 와중에 윤동주는 본인에게 있어, 그리고 사람들에 있어 시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그렇게 강한 무력을 자랑하는 일제가 조선을 합병한 후 왜 제일 먼저 조선말 교육을 금지시켰는지, 중국 대륙을 종횡하던 몽고족과 여진족, 거란족은 왜 사라졌는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시가 가지는 힘이 무엇인지, 시를 남김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윤동주는 시인으로서 자신의 사명을 깨닫고 졸업 전에 자신의 시집을 꼭 조선어로 출간하기로 결심하고 시를 쓰는 것에 박차를 가합니다. 

그러다 독립운동에 힘을 쏟던 윤동주와 송몽규는 일본에 의해 체포되어 형무소에 수감되고 옥중에서 모진 고문과 취조, 실험을 당하며 죽어가게 됩니다. 죽음에 다다르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윤동주는 친구들과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그가 써왔던 시들을 노래하며 숨을 거둡니다.

3. 공연 이야기

올해로 네 차레 공연이 진행된 <윤동주, 달을 쏘다>는 제작사인 서울예술단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효자와 다름없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서울예술단의 첫 뮤지컬 작품이었고, <윤동주, 달을 쏘다>의 흥행 덕에 <소서노>, <뿌리깊은 나무> 등 다른 작품들을 줄줄이 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윤동주, 달을 쏘다>는 소재가 소재이니만큼 다른 장르의 뮤지컬에서는 볼 수 없는 엄숙함이 느껴지는데 안무와 넘버 역시 이러한 느낌을 돋워줍니다. 전체 군무로만 편성된 안무, 합창으로만 구성된 뮤지컬 넘버는 윤동주의 가장 밝고 행복했던 학창시절을 그려낼 때도 무거운 시대의 그림자를 살짝 남겨놓습니다.

올해 윤동주 역을 연기하였던 배우는 박영수, 온주완 두 분인데, 특히 박영수 배우의 윤동주가 인상깊었습니다. 2막의 중반부터 시작되는 옥중씬은 이미 관람하신 분들의 얘기대로 압권이었는데 죽어가면서 시를 읇는 윤동주의 처절한 심정을 올곧이 몸으로 표현해냈습니다. 혼을 토해낸다, 모든 것을 다 쏟아낸다는 평이 나온 것은 박영수 배우의 캐릭터 몰입이 절정에 달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싶네요.

작품을 관람하신 분들이 한결같이 일치하는 부분이 둘 있는데 '마지막 20분의 씬만으로도 이 작품은 관람할 가치가 있다', '뮤지컬 넘버가 너무 좋아서 OST앨번이 나오면 구매하고 싶다' 입니다. 직접 감상하고 나니 왜 이런 반응이 나왔는지 절실히 알겠더군요. 오는 4월 2일까지 공연 후 올해 공연은 종연이라고 하니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은 이번 주말에 꼭 보고 오시길 바랍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 윤동주 <별 헤는 밤> 中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시는 분은 모바일에서 아래 링크 클릭하여 가입해보시기 바랍니다.
(링크 : https://goo.gl/dPg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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