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그 한 마디의 힘

내가 만난 아이들

by 고요의 향기

장난꾸러기 수원이의 눈씨울이 붉어진다. 혼이 날 줄 알았는데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말에 눈이 더 크게 떠지더니 이내 눈가에 눈물이 슬며시 고인다.


"수원아. 선생님은 네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해 줘서 고마워. 잘못을 반성할 줄도 알고 스스로 봉사해 줘서 또 고마워. 마지막으로 건강하게 학교 와줘서 더 고마워."


친구와 장난을 치다 보면 늘 이유는 모르겠지만 수원이 잘못이 더 큰 장난을 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선생님한테 혼나고, 선생님한테 혼난 만큼 친구들도 수원이를 그렇게 대하게 된다. 그래서 점점 학교가 재미없는 곳이 되고 장난으로밖에 친구들과 교류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학교에서는 장난치고 오후에는 축구하고 집에 가면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산다는 수원이. 집에 가도 놀 사람이 없고 아무리 스마트폰하고 놀아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그래도 오후에 하는 축구학원 수업이 제일 신난다.


수업 시간에는 심심해서 옆 친구와 장난을 치거나 혹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앞에 있는 친구에게 물으려고 부르다 보니 쿡쿡 찌르게 된다. 수업시간에 뭘 가지러 가는 척하다가 괜히 장난 걸고 싶어 옆에 있던 친구를 툭 치고 가는 아이. 그날도 수원이는 친구가 소중하게 여기는 작품 구겨서 뭉개버려서 친구를 울렸다.


그래서 친구들과의 약속대로 스스로 봉사할 것을 정해서 봉사하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수원이는 점심시간에 교실 쓰레기를 쓸기로 했다. 그렇지만 선생님은 아직 급식지도와 식사를 하시는 중이고 친구들이 교실에서 북적북적 보드게임을 하거나 도미노게임을 하고 있는 걸 보다 보면 저절로 청소나 봉사 같은 건 까맣게 잊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은 쓰레기는 얼마 되지 않지만 선생님께 봉사했다고 쓰레받기를 내밀었던 것이다.


선생님이 수원이 마음을 보듬어주었기 때문일까. 수원이는 방과 후 시간에 친구들과 동떨어져 혼자 앉았다. 친구들은 수원이와 같이 앉으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선생님이 친구들과 같이 앉으라고 오라고 해도 수원이는 괜찮다며 혼자 가만히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억울하다며 하소연할 것 같은데, 친구들이 나랑 안 앉으려 한다고 투덜거릴 것 같은데, 수원이는 오히려 괜찮다고, 혼자서 가만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 선생님이 보기엔 저런 모습은 처음이다.


그림은 연필과 지우개였다. 연필과 지우개의 기본형을 따라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그 연필과 지우개가 담긴 다른 그림을 그려나간다. 수원이가 장난을 치지 않고 진지하게 자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건 처음이라 할 정도다. 그리곤 연필과 지우개가 하고 싶은 말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수원아, 나를 잘 써줘서 고마워."


그리고 다시 자유그림에다가 연필로 된 연필아파트를 그리고 그 빈 허공에 적어두었다.


"연필과 지우개야, 내가 공부할 수 있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워. "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수원이의 눈에 고인 그 눈물의 이유이기도 했고, 혼자 가만히 자기 할 일에 머무르게 해 준 그 말을 이제 수원이는 가슴에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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