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기적들
뱃속 첫 아이를 잃고 나서야 보였다,
아기를 가진 엄마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깡마른 아이를 보고 나서야 느꼈다,
다 자란 아이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밤새 열나서 허덕이던 아이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장난기 넘치는 어린아이의 웃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잃고 나서야 알게 되는
공기처럼 물처럼 없는 듯 있는
평범한 것들이 주는 큰 기쁨,
그냥 여기 이렇게
살아있다는 그 자체가 기적임을,
일상의 그 덤덤한 맛을 잊을까 싶어
그 값진 선물을 또 놓칠까 싶어서
돌아와 곁에 누운 애인을 그리워하듯
함께 하는 이 순간을 그리워한다
벌써 25여 년 전이다. 뱃속에서 6~7개월이나 된 아이가 유산되었다. 그때, 느꼈다. 누구나 가지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주변에 임신한 엄마들이 왜 그렇게 멋져 보이고 부러워 보이며 아름다워 보이던지. 모유수유를 한다고 애를 쓰다가 아이가 깡말랐던 때에는 토실토실한 아이들이 또 얼마나 위대해 보이던지, 또 아이가 열이 나고 아파서 숨 죽은 듯 있을 때는 까르르 웃는 그 자체가 얼마나 예쁜지 알게 되었다. 일상에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겨지던 것이 그것을 잃고 나서야 소중하게 여겨진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에는 그 모든 아픔이 이 살아있는 지금 여기의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귀결되는 안내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지곤 한다.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이 평범한 일상이 가장 위대한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