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긴 생각』
내던지는 사람들
나는 이 세상 사람들을 본다
자신들의 삶을 물질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내던지는 사람들을
그들은 결코 그들의 욕망을 채울 수 없으리라
결국, 깊은 좌절감에 빠질 것이고
스스로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비록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더라도
얼마간이나 그것을 즐길 수 있겠는가
단 한 번의 즐거움을 위해
수십 번의 지옥의 고통을 겪게 되며
그들 자신을 더욱더 가혹한 곳에 묶어 두고 있다
그와 같은 자는 원숭이와 같다
물속에 있는 달을 잡으려 날뛰다가
결국 그 소용돌이에 빠져버리는
얼마나 끝없이 이 세상의 고통에 떠돌 것인가
그러지 않아야 함에도,
밤새 그들로 인하여 속이 탄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료칸)
이 아침에 문을 두드리는 시 한 편을 만나고 시인이 누굴까 궁금해진다. 고통스러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속이 타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진 저 사람은 누굴까 하고 찾아보니 그는 놀라운 사람이었다.
일본 에도 시대 후기 승려이자 서예가, 시인인 그는 아이들을 좋아하여 아이들과 자주 어울려 놀았단다. '아이의 그 순수한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부처님 마음'이라며 자주 아이들과 숨바꼭질이나 공놀이를 하면서 놀았다고 한다.
어느 날은 해질 무렵까지 숨바꼭질을 하며 근처의 논에 숨다가 다음 날 아침까지 숨어있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단다. 다음날 아침 일찍, 한 농부가 일을 하러 논에 와서 보니 그때까지도 료칸이 논에 숨어 있었다는데. 농부가 놀라서 "스님 여기서 뭐 하십니까?"라고 묻자 료칸은 "조용히 하세요. 큰 소리를 내면 들킵니다."라고 했단다.
정말 다음 날 아침까지 숨어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 아이들과의 놀이에 순수한 마음으로 함께 했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참 맑아지는 것 같다.
어느 날 밤에 도둑이 료칸의 암자에 들었으나 암자에는 훔쳐갈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실망한 도둑을 붙잡고 료칸은 "우리 집까지 먼 길을 왔는데 빈손으로 가서야 되겠느냐"며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주었고, 도둑은 료칸의 옷을 들고 도망쳐 버렸다. 료칸은 알몸으로 뜨락에 앉아 달을 바라보며 "저 아름다운 달까지 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달은 줄 수도 훔칠 수도 없구나"라고 읊었다고 한다.(위키백과)
'저 아름다운 달까지 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저 달은 줄 수도 훔칠 수도 없구나'. 이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달이야 누구나 보고 살겠지만 그가 보는 그 아름다운 달을 어찌 그 누가 볼 수 있겠는가.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을 누구에게 줄 수 있으며 누가 훔쳐갈 수 있겠는가. 그 눈이야말로 세상 그 무엇을 가진 것보다 더 귀한 아름다움이자 보배로구나. 세상을 보는 그 눈, 아름다움을 보는 그 눈이 전부다.
한 번은 그 지방의 번주(藩主)가 사람을 시켜 료칸을 초청하게 했는데 마침 료칸은 출타 중이었고, 선사를 기다리는 동안 그 사자는 암자 주위의 무성한 잡초들을 뽑고 깨끗하게 청소를 했다. 이윽고 돌아온 료칸 선사는 깔끔해진 주위를 돌아보면서 "풀을 다 뽑아 버렸으니 이제는 풀벌레 소리도 듣지 못하겠다"며 탄식했다. 료칸의 궁핍한 생활을 전해 들은 번주는 다시금 그 사자를 보내 료칸의 생계를 지원해 주겠다고 했지만, 료칸은 "불 땔 정도의 낙엽은 바람이 가져다준다"며 거절했다. (위키백과)
궁핍한 생활에도 아무 흔들림 없는 그의 마음이 느껴질 것만 같다. 필요한 것을 주겠다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당신이 가리고 있는 햇볕이나 좀 쬐게 해 달라'던 디오게네스가 떠오른다. '불 땔 정도의 낙엽은 바람이 가져다 주니' 괜히 우리 집 잡초나 뽑지 말아 달라는 그 마음이 얼마나 자유로운가.
료칸이 친구 도쿄에게 남긴 어록은 또한 참 놀랍다. 그때 대지진이 있었던 모양인데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와중에 이런 어록을 남겼다고 한다.
"재난을 맞는 시절에는 재난이 낫다, 죽음을 맞는 시절에는 죽음이 낫다, 그것이 이 재난을 모면하는 묘법이다"
이 얼마나 단순 명료하게 재난과 죽음을 맞이하는 길인가. 밖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 일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만 있다면야 무슨 재난이 있을 수 있으리.
오늘 아침 이 시 한 편으로 그의 삶과 영혼을 만날 수 있음이 참으로 놀라운 신비로 느껴진다. 이 우주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구나. 따라 할 수 없는 그의 자유로움과 그 자유로움에 이어진 그의 순수한 자비심이 내 가슴까지 훈훈하게 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