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눌노리 57

- 뒷담화 3

by 전종호

외부적인 요인들로는 업자들과의 관계 또는 의사소통 문제, 주택부지 주변 이웃의 민원사항들을 들 수 있다. 토지 대금을 전액 지급했는데도 분할 등기서류를 갖추는 과정에서 토지 매도인으로부터 추가 대금 1,000만 원을 더 요구받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합리성에 익숙해 있는 우리로서는 말도 안 되는 요구였지만, 공사 일정을 늦출 수 없어서 700만으로 조정해서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견적을 요청한 업체에 공사 오더도 내리지 않았는데 끌려다니다 시간과 비용만 낭비한 사례는 이미 이야기했다. 경사가 높은 땅 쪽으로 오수관 우수관을 빼라는 시청 공무원의 요구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사 아래쪽으로 관을 빼내는 것이 순리이고 자연의 일일진대, 정부 부처의 땅 밑으로 굴착공사를 할 수 없는 것이 법의 규정이고, 자기들은 법과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역구배가 되지 않도록 경사 아랫부분의 땅을 성토해야 했고, 더 많은 토목 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급기야 원주민의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민원의 내용은 이렇다. 주민 입장에서는 집 앞의 우리 대지 경사를 높임으로써 집 앞에서 턱이 생기고 마을과 산을 보던 전망이 가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민원인의 현관에 올라가서 보면 주민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자기 집 앞의 낮은 도로 높이에 맞춰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 민원인의 주장이었으나, 마을 전체가 사용하는 외곽의 현황 도로 높이에 맞춰 집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 시청이 요구하고 허가한 설계이어서 원만하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였다. 여러 번의 만남과 제안들이 오고 갔고, 만남을 가지는 동안에도 민원인은 수시로 시청의 관련 부서에 전화, 이의제기, 공무원 출장 요구와 해명 요청, 감사요구 등 줄기차게 민원을 제기하였다. 민원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마을 주민과의 선린, 마을에 대한 기여를 추구하는 우리로서는 입주하기 전부터 해결해야 할 숙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행정 민원만 있는 게 아니다. 개인 민원도 있다. 주택부지와 이어진 땅에서 캠핑용 화목(장작)을 만들어 파는 영감님의 컨테이너가 있는데 그곳이 토목시공 차량이 출입해야 하는 곳이어서 치워달라고 하는데 요지부동이다. 아쉬운 우리가 옮겨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노인이다. 옮겨 주고 전기 시설을 해주기로 했는데 수도까지 설치해 줘야 옮기겠다고 말이 달라졌다. 150만 원을 들여 요구를 다 들어주었는데도 막상 건축시공 차량이 들어오는 날 자기 트럭으로 입구를 막았다. 경찰이 오고 가고. 시시각각 방해나 비협조로 일관하면서도, 눈치를 살살 보면서 토목 현장에서 일하는 불도저나 포클레인을 불러 자기 땅의 소소한 일을 해달라고 불러대고, 우리 현장에서 각목이나 철근 토막 같은 것을 자꾸 가져가는 노인의 얼굴을 거의 매일 마주치는 일도 쉽지 않다.


기대하지 않은 일도 일어났다. 토목공사를 하면서 땅을 파니 수많은 돌들이 올라온다. 조경석으로 쓸만한 자연석들이라 사려면 비싼 돈을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마을 내부 도로에 깔만한 작고 판판한 돌들도 많이 나왔다. 경계석으로 쓸 돌들을 사 와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경비를 절약하게 된 것이다. 현장 소장에게 절대로 돌을 반출하지 말고 올해 집을 짓지 않는 집터에 쌓아두라고 했다.


그런데 허락 없이 돌을 반출하는 일이 생겼고, 우리 주민에게 목격된 것이다. 돌 때문에 작업에 지장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반출했다는 답변이 돌아왔으나 우리가 추측하는 이유와는 달랐다. 돌이 많은 현장의 굴삭기 작업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큰 돌을 일일이 걷어내 한쪽으로 옮겨야 하고 작은 돌들은 체에 받쳐 고르는 일까지 해야 했으니 작업이 늦어지거나, 안 해도 되는 일을 한다는 생각까지 현장에서 했을 수 있다. 그러나 돈이 있어도 그런 자연석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고, 더욱 마을의 작은 수로 등에 꼭 필요한 돌이어서 그 수고비를 지불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는데 반출이 된 것이다. 확인해보니 회사의 사장이나 전무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회사에 강력히 항의했고, 돌값을 대략 계산하여 토목비용에서 차감하기로 했다. 현장에 감시원을 항상 배치해야 한다는 말이 실감되었다. 자주 배신당하는 우리의 상식과 믿음은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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