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때도 말없이 오더니 갈 때도
한 마디 인사도 없이 가버린
기러기떼가 두고 간 텅 빈 들판에
연둣빛 아지랑이 타오르는 고요
한숨 쉬듯 먼산에 비둘기 울면
한때 미군 부대 있어 흥청거렸던
임진강 눌노리 마른땅을 헤치고
파란 달러의 위력은 가고 없어도
푸르르 겁나게 올라오는 새싹군대
수 만리 먼 나라로 돌아간 기러기떼
뼛속의 적멸과 그윽한 숨결을 고르며
영혼의 쉼표 몇 개 내려놓았던 자리
죽음을 불사한 돈오旽悟의 한순간
소름처럼 돋아나는 초록혁명의 전선
반드시 돌아온다 지금 가고 있다
은근슬쩍 귀띔도 없던 진달래 덩달아
옛날 양색시 수니언니 본홍 루주 칠하고
눈치보다 빠르게 앞산 뒷산에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