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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종호 Apr 16. 2023

너는 그때 어디에 있었는가

해고 노동자 김진숙이 35m 85호 크레인에서

309일 동안 목숨 걸고 싸우고 있을 때


김진숙을 응원하기 위해 희망버스를 타고

새우잠을 자며 부산까지 수백리 길을 달려


수만 명이 영도 변두리 바닷가에서

싸구려 텐트 하나 없이 노숙하며 싸울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는가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든 지 몇 시간 만에

달뜬 수학여행을 태운 배가 침몰하고


바다에 자식을 묻은 수 백 명의 어미 아비가

함께 울던 이웃들과 소리쳐 울부짖을 때


안산중앙역에서 학교를 거쳐 화랑분향소까지

애도의 인파가 슬픈 물결이 되어 흐를 때


진실을 알려달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향해

빨갱이들 시체장사라고 비하하고 놀리며


힘으로 법으로 눌러 진실을 감추며 

이제는 슬픔을 거둘 때라고 점잖게 훈계할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는가


촛불의 힘으로 무법한 권력자를 추방하고

국민의 민주권력을 힘들게 새로 세웠을 때


혁명의 반동이 촛불 성지 광화문을 더럽히며

촛불의 의미를 조롱하고 참람할 때


부패권력과 거대자본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촛불혁명의 촛불이 바람 앞에 위험할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는가


선출된 민주권력의 권한을 짓밟는

검찰정치 독선의 그림자를 지워야 할 때


너, 나라의 주인 된 자여

발 딛고 서 있는 장소가 너의 정체성이니


오늘 너는 어디에 서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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