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노동자 김진숙이 35m 85호 크레인에서
309일 동안 목숨 걸고 싸우고 있을 때
김진숙을 응원하기 위해 희망버스를 타고
새우잠을 자며 부산까지 수백리 길을 달려
수만 명이 영도 변두리 바닷가에서
싸구려 텐트 하나 없이 노숙하며 싸울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는가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든 지 몇 시간 만에
달뜬 수학여행을 태운 배가 침몰하고
바다에 자식을 묻은 수 백 명의 어미 아비가
함께 울던 이웃들과 소리쳐 울부짖을 때
안산중앙역에서 학교를 거쳐 화랑분향소까지
애도의 인파가 슬픈 물결이 되어 흐를 때
진실을 알려달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향해
빨갱이들 시체장사라고 비하하고 놀리며
힘으로 법으로 눌러 진실을 감추며
이제는 슬픔을 거둘 때라고 점잖게 훈계할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는가
촛불의 힘으로 무법한 권력자를 추방하고
국민의 민주권력을 힘들게 새로 세웠을 때
혁명의 반동이 촛불 성지 광화문을 더럽히며
촛불의 의미를 조롱하고 참람할 때
부패권력과 거대자본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촛불혁명의 촛불이 바람 앞에 위험할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는가
선출된 민주권력의 권한을 짓밟는
검찰정치 독선의 그림자를 지워야 할 때
너, 나라의 주인 된 자여
발 딛고 서 있는 장소가 너의 정체성이니
오늘 너는 어디에 서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