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사이 닭장에 변화가 있었다. 뉴픽을 먼저 있던 이선생님 집으로 보내고 이선생님 집에서 큰 닭들의 공세에 닭장을 분리해서 키우던 중닭 한 마리를 새로 가져온 것이다. 그렇게 알을 잘 낳고 운동량이 많았던 뉴픽이 한 달이 넘도록 알 하나 낳지 않고 무리에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새 환경 적응에 실패했다고 보고 원래의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이선생님 부부와 나누었다. 게재에 제 형제가 큰 닭들의 쪼임에 죽는 것을 보고 겁이 나서 닭장을 나가지 못하는 작은 닭에게 환경을 바꿔주자는 차원에서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오기로 했다.
새로 온 녀석을 닭장에 풀어주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새로 온 녀석이 놀라 옆에 있던 닭들을 쪼는 바람에 꼬꼬댁거리며 소리를 치고 꼬꼬댁 소리에 서로 놀라 날개를 치고 나르려는 바람에 좁은 닭장 안에 한바탕의 광풍이 불고 애먼 닭털이 날렸다. 저 녀석에게 저런 공격성이 있었나 놀래는 사이 기존의 닭들이 공격이 시작되고 새로 온 녀석이 닭장을 빠져나가 도망가는 바람에 자리는 금방 평정되었다. 새로 온 아이의 쪼음은 공격이 아니라 방어인 셈이었고 의도적이라기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것이었고 트리우마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 온 녀석은 덩치는 우리 집에 있던 하양이 형제들과 비슷했으나 단체 생활을 해보지 않아 적응력과 사교력은 훨씬 약했다. 기존의 것들이 곁을 내주지 않자 새로 온 녀석은 무리와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다니고 다른 것들이 먹이통 곁에 없을 때만 살그머니 와서 먹이를 먹고 간다. 큰 놈들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고 작은 병아리가 사는 울타리 속으로 자꾸 기웃거리고 병아리 박스에 들어가려 한다.
다시 밤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새로 온 녀석이 제일 먼저 횃대에 올라가더니 알통 속으로 들어가 버리자 평소 알통 속에서 잠을 자던 큰 닭 ’기어히‘가 알통 앞에서 큰 소리로 꼬꼬댁 거리며 노한 음성으로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평소에 기어히가 그렇게 큰 소리를 우는 것을 들어보지 못한 우리는 깜짝 놀랐으나 새로온 녀석 ‘새롬이’가 나와서 횃대의 끝에 그것도 다른 것들과 한 뼘쯤 떨어져 앉아 잠으로써 한밤의 소란은 끝이 났다.
그 이후 새롬이는 밤에는 알통 위의 비좁은 공간에서 혼자 잠을 자고 낮에는 혼자 돌아다니며 먹이를 먹고 가끔은 병아리들의 닭장을 기웃거리고, 병아리 닭장 문이 열려 있으면 병아리 박스에 들어가서 쉬기도 하나 이제 제법 큰 병아리들도 가만있지 않고 새롬이를 쫓아내며 자기 자리를 방어한다.
뉴픽이 가고 기어히가 제일의 위치를 차지하고 형제 중에서는 하양이, 그레이, 까망이 순으로 위계가 정해진 듯하다. 새롬이와 병아리를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것은 주로 까망이다. 기존의 멤버 중에서 가장 약한 까망이가 제 서열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으나 새롬이와 병아리들은 까망이만 보면 도망 다니기에 바쁘다. 새롬이와 병아리들을 보면 쉬는 시간에 교실에 있지 못하고 친절한 선생님이 계시는 도서관이나 보건실, 상담실을 얼쩡거리는 아이들을 보는 것 같이 마음이 짠하다.
어떤 책에서 보니 서열이 있는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지능이 높은 동물이라고 한다. 서열과 위계야말로 지능 사회의 본질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