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는 뚜벅뚜벅 - 동대문 크레페, 종로 꽃시장

소확행

by Peach못한
동대문 명물 크레페


8월, 미리 예매해 둔 전시회가 있었다.

헤리티지:더 퓨처 판타지라는- 사실 국가 유산 방문자 여권 소지자 한정 제공하는 키링을 받기 위한 것이었지만, 어쨌거나 간만의 전시회.


그리고 이 날 나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동대문 명물 크레페가 되겠다.

몰랐다, 여기에 크레페 맛집이 있다는 것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3, 14번 출구에서 보았을 때 왠지 모를 줄이 늘어서 있다면 그곳은 크레페 맛집이 맞다.

오전 11시부터 영업라 하시는데 나는 11시 20분쯤 줄에 합류하게 되었다.


줄이 생각보다 빨리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한 방향으로 줄이 너무 길게 늘어서 있으면 다른 상인분들 영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타로집 기준으로 줄이 길어질 것 같으면 자동적으로 크레페집 맞은편에서 줄을 서는 시스템이 가동 중이었다.

손님들이 알아서 이렇게 줄을 서시는 것만으로도, 이곳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맛집이라는 게 증명되는 것 같았다.


중간에 할아버지께서 자주 자리를 비우셨는데 알고 보니 주변을 깨끗이 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작업이 싫지가 않고 오히려 믿음이 갔다.

깔끔한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길거리 크레페라니 너무 좋잖아.


바나나, 딸기, 블루베리를 이용한 크레페들이 주된 메뉴인데 나는 바나나를 먹지 못하므로 2번에 있는 딸기 크레페를 선택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추가!

아이스크림은 반드시 올려야만 한다는 후기를 어디에선가 읽었기 때문이다.


누텔라는 익히 알고 있는데, 가운데 저 빨간 잼은 대체 무엇인가. ㄷㄷㄷ


반죽을 한 국자 떠서 부은 다음, 판 위에서 돌돌 돌려주면 매우 빠르게 크레페가 만들어진다.


누텔라와 커팅된 냉동 딸기, 그리고 시리얼을 크레페 위에 올리고 돌돌 말아준 뒤에, 아이스크림 두 덩어리가 큼지막하게 올라가면 크레페 완성.


나의 크레페는 먹기 편하게 종이컵에 담긴 채 내 손 들려졌다.


'살면서 크레페를 내가 사 먹었던 적이 있는가' 기억 소환을 해 보았는데, 암만 해도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내 인생의 첫 크레페 되시겠다.

철판 위에서 탄생한 크레페는 굉장히 쫀득하고, 아이스크림도 맛있었다!

왜 아이스크림을 추가해야 한다고 후기에 적혀 있었는가 알겠다.

다만 딸기가 냉동이라 아쉬웠다 - 지금은 여름이라 어쩔 수 없지만 나중에 생딸기 크레페를 먹을 수 있다면 그때 한 번 다시 도전해 보고 싶 맛이었다.


나는 이 날 55분 정도 줄을 섰는데, 평일에는 이것보다는 좀 덜 기다린다고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평일에 가 보시기를 추천한다.


헤리티지:더 퓨처판타지


무언가 기념품을 사 보려고 들른 ddp Design Store이지만, 아쉽게도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서 패스.


내가 예매한 전시회 '헤리티지 : 더 퓨처판타지’는, 국가 유산을 현대적 기술과 예술로 재해석한 디지털 전시회이다.

9월 17일까지 DDP에서 만날 수 있는데, 아마 국가 유산 방문자 여권 소지자에게 키링을 증정하는 행사는 이미 끝났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받기 위하여 첫날 오픈런으로 달려갔던 것이었고...


도장을 찍고 나서 받은 키링.

살짝 묵직했다.


전시회 가는 길에 눈에 들어와 찍어본 작품 하나.


전시회장 내에서는 딱 두 군데에서만 사진을 남겨 보았다.

디지털 전시회는 사실 처음이었는데, 그동안은 늘 정적인 것만 보다가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변하는 공간 안에 있으려니 그야말로 눈 돌아가는 경험을 하고 나왔다.


세 번째 사진은 예매자에게 제공되는 스티커인데 접착력은 약간 아쉬웠다.

전시회 기념 차원에서 다이어리에 붙여 두었다.


전시회를 다 본 분에 한해 제공되는 포토부스도 있으니 방문해 보시기를.

배경을 고른 다음 사진을 찍으면 되는데 3번까지 다시 찍을 수 있고, 찍힌 사진을 토대로 후보정을 거쳐 사진이 출력된다.

몇십 년간 보아온 내가 아닌, 다소 이질적인 모습이 등장하여 살짝 당황하였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종로 꽃시장 방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종로 꽃시장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이기에, 오랜만에 슬쩍 들러 보기로 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혼자 숱하게 다녔던 이 길.

세월이 가도 이곳은 늘 그대로다.

그래서인지 약간 서글픈 느낌도 들었다.

조금은 바뀌어도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던 건지.

그래도 뭐 청계천은 바뀌었으니, 그럼 된 건가.

여름이 지나고 나면 청계천도 한번 다시 걸어 보아야겠다 - 아무래도 흐르는 천이 아니다 보니, 여름엔 물비린내가 너무 심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청계천은 이제 도심 속의 작은 휴식처가 된 지 오래다.


규모는 그대로인 것 같지만 왠지 조금 더 휑해진 느낌의 종로 꽃시장.

아마 8월이어서 휴가를 가신 상인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좀 더 허전했을 수 있겠다.


아담한 사이즈의 다육이를 사고 싶었으나, 이것 역시 시기 오류인 것인지 두어 바퀴 뱅뱅 돌았다.


하나에 2,000원에 업어온 선인장 두 개.

인터넷으로 주문한 화분에 마사토를 이용하여 심어 주었다.

나의 공간 안에 들어온 생명체들, 환영해 :)

잘 키워야겠다.


짧지만 알찬 나들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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