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는 뚜벅뚜벅_망원 한강공원에서 당인리 발전소까지

식탐이 부른 남의 동네 아침 산책

by Peach못한

잠이 오지 않는 새벽.

일출을 보고 싶었으나 묘한 귀찮음이 동행했다.

시간을 보니 오전 5시.


이불속에서 꼬물거리며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 준비해서 나가면 일출은 무리겠지만, 한강에 가서 아침 라면 정도는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냉장고에 있던 게토레이를 꺼내 들고 아침 여정 스타트.



망원역 - 망원시장 - 망원 한강공원


망원역에 도착한 것은 여섯 시가 좀 넘서였다.


새벽까지 비가 많이 왔었기에 바닥이 축축했다.

어차피 흐려서 일출은 못 봤겠구나 합리화 완료.


늘 이곳은 사람으로 붐비는 모습만 봤는데, 아침의 시장은 이런 느낌이었구나 싶다.

특히 주말... 어딜 가든 길게 줄 서 있는 망원시장.


하지만 아침의 모습은 분하다.

곳곳에 공사 중이었던지라 - 고막 안으로 들어온 드릴 소리와 망치 소리가 노크를 하기 시작했다.

차음을 위하여 째 손가락으로 귀를 틀어막은 채 시장 내로 어가 보았다.


올 때마다 바닥만 보고 다녔던 시장인데, 간판을 쳐다본 건 왠지 처음인 것 같다.

'이런 표지판도 있었구나' 새삼스럽게 간판들을 정독하며 도장 깨기 하듯 정성스레 걸음을 옮겨 았다.


이른 시간이지만, 아침을 준비하는 상인 분들은 매우 분주하셨다.

아침 6시는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꿈나라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밝은 아침이기도 다 -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명언이란 건 내 삶에 들어왔을 때야 비로소 꼬까옷을 걸쳐 입는 게 아니겠는가.


다 마신 음료 잘 버리기 위해 꼬깃.

늘 느끼는 거지만, 마포구는 쓰레기통이 여 아쉽다.


짧은 다리를 바쁘게.

저 망원제일교회가 눈에 띄면 '거의 다 왔구나'라는 호로 받아들이면 된다.


한강 라면 실패


일단 좀 먹고 걷자.

한강 라면 파는 곳로 향했다.


강 위에 동동 뜬(...) 구조물은 두 개인데, 둘 다 편의점이 있니까는.


그렇지만 목이 닫혀 있다.

그래서 우측으로 향해 보았다.


그렇지만 여기도 안 열었다.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 보니, 한강 공원의 편의점은 오전 9시부터 영업이라고 한다.

미리 찾아고 올 것을.


가장 큰 목적이 날아가 버렸다.

난 대체 무엇을 위 이렇게 아침 일찍 한강을.


이 날의 교훈.

검색하는 습관을 갖자.


여름 동안 깥 구경 한 적 없는 휑한 다리 구겨진 페트병.

초라해졌다.


... 흑.


한강 공원에서 당인리 문화 창작 발전소까지


얼마 전에 다녀갔던 서울함 공원 앞에 선 채로 잠시 고민을 했다.

이대로 집으로 간다면 괴감 한 스푼.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얼마 전 알게 된 뉴-스팟을 찾아 걷기로 다.



거기가 어디냐면, 로 당인리 발전소.

어떤 분께 고 지도에 저장해 두었던 곳이다.


'당인리'면 망원동에 있는 책 발전소 밖에 안 떠올랐는데.

실제 화력발전소가 있다고?

현재는 공사 중이며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분위기 정도는 볼 수 있 않겠는가.


망원 한강 공원에서 당인리 발전소까지는 도보 36분 도 걸리는, 산책하기에 딱 좋은 정도이다.

이로서 목적지 변경 완료 - 땅땅.


드디어 금자리를 찾은 페트병,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잘 살렴 :)


촉촉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은 상쾌다.

조깅하시는 분들도 심심찮게 마주쳤는데, 이 분들의 목적 라면이 아었으리라.


그래서 나도 으로는 마치 운동을 위해 나왔던 것처럼, 글송글 땀을 배출해 가며 대한 열심히 걸어 보았다.


공사 중이었던 구간을 지나 양화 대교로 고고.


합정역으로 향하는 양화대교 육교를 오르기 시작.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tmi : 나는 계단 공포증이 있다)


양화대교로 향하는 육교 위에서 그머니 자이언티 노래를 소환해 본다.

자이언티 노래 좋아했었다, 그중 내 최애의 곡은 click me.


무섭지만 기 내어 찍어본 사진 한 장.


보행자가 조작하는 신호등을 여러 개 지나다.

여담이지만 나는 저 버튼의 타이밍을 모르겠다.

언제는 한 번에 신호가 바뀌고... 언제는 아니고.


지디, 보고 있나.

... 물론 지디가 시간에 있을 리 없다.


마음속에서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나는 지금껏,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이 시간에 아침 산책을 해 본 적이 있던가.


당인리 문화 창작 발전소


합정역 7번 출구에서 상수역 방면으로 걸어가다가 보라색 the venti 간판이 보이면 우측으로 꺾다.


아이 즐거워.


새벽배송의 상징 쿠팡을 지나고 나면, 빼빼로보다 조금 더 길쭉한 굴뚝 두 개가 시선을 앗는다.

이곳은 마포새빛문화숲이기도 하고, 당인리 문화 창작 발전소이기도 한 것 같다.


2026년 완공 예정인 당인리 문화 창작 발전소는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매캐한 기운도 함께 몰려온다.

화력 발전소로서 잘 나가던 리즈 시절, 당인리 발전소 때에도 이 주변을 매캐한 공기가 감싸고 있지 않았었을까?

공사 중인 환경에서 올라오는 먼지는 도리어 발전소가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2026년부터, 당인리 발전소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제2의 인생을 살게 것이다.

녀석, 이모가 응원다.


마포 새빛 문화숲에서 절두산 순교 성지로 가는 보행로도 있으나, 검색해 보니 이곳은 아직 오픈 전이라 다음을 기약해 본다.


시끄러운 공사 소리와 풀벌레 소리.

자동차 굴러가는 소리와 경쾌한 새소리.


조용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평화로운 것 같기도 하고 불안한 것 같기도 하고.


산책하는 동안 여러 차례 묘한 감정을 심어 주었던 당인리 문화 창작 발전소.


사색하며 걷다가 합정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남의 동네 아침 산책은 끝났다.



그리고

라면은.

집에서 끓여 먹었다.

맛있었다.


역시 집밥이 최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뚜벅이는 뚜벅뚜벅 - 동대문 크레페, 종로 꽃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