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공원
9호선 타고 올림픽 공원 방문
9호선이 처음 개통된 것은 2009년.
직장이 강남에 있던 시절이었다.
호기심에 지하철 9호선을 탔었다 - 탈만하면 출퇴근하며 타야지!
첫 9호선이 내 앞에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오며 멈췄는데, 딱 하나의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작다.'
나와 같은 생각을 품은 어마어마한 인파(?)에 눌려 하마터면 팔뚝이 꺾일 뻔한 일을 겪었다.
그 이후로 나는 9호선을 타는 것을 극도로 피하게 되었었다.
이번 정류장은, 올림픽 공원입니다.
5호선을 타고 와도 되었겠지만, 이번에는 9호선이다.
올림픽 공원을 내가 와본 적이 있던가 생각해 보았는데 떠오르는 기억이 없다.
본 적 없어도 자주 본 것 같은 내적 친밀감이 드는 곳 중 하나가 올림픽 공원이다.
교과서에서도, 블로그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장소 아니겠는가.
그나저나 어떻게 나가라는 거야?
3번이냐, 4번이냐.
출구를 두고 고민하다가 3번으로 나왔건만 - 사실 두 출구는 거의 붙어있다시피 하므로 아무 데로나 나가시는 것을 권장한다.
스탬프 투어 실패
올림픽 공원에 온 이유는, 스탬프 투어 때문이었다.
몇 시간 정도 원 없이 걷고 싶기도 했고, 작은 성취감을 얻고 싶기도 했다.
올림픽 공원 내의 지도 한 컷.
곳곳에 스탬프 위치가 1경, 3경의 식으로 표시되어 있다.
팸플릿을 얻으면 좋겠다.
내가 그동안 보아온 편의점 중 가장 깨끗하다고 느꼈던, 올림픽공원 편의점.
어쩜 이렇게 줄이 딱 맞게 진열이 되어 있고 어쩜 이렇게 편의점이 반짝이지?
그 이유를 계산하며 알았다.
이곳은 셀프 계산대에서 알아서 주문을 하고 나가게끔 되어 있다.
직원들은 손님 응대에 뺏길 에너지를 비축한 뒤, 매장 청결과 진열에 신경을 쓰면 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스템이 참 좋다고 느껴졌다.
커다란 따봉을 한 번 마주친 후 사진을 찍고, 내가 좋아했던 호돌이도 한 컷.
저 녹색 우편함 같은 것이 스탬프가 들어 있는 집인데 무언가 파란 것이 붙어 있었다.
9경 스탬프 투어 임시 운영 중단 안내
일부 지역이 공사 중이라, 잠정 중단하는 모양이었다.
팸플릿이라도 얻고 싶었으나 남은 팸플릿도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음.
가장 큰 목적이 날아갔다.
아쉬운 마음에 인증샷이나 한 번 찍자.
올림픽 공원 산책
그리하여 한결 여유로이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윈도 xp 바탕화면 같은 풍경들이 눈앞에 시시각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푸른 잔디와 푸른 하늘, 푸른 나무.
영어로는 blue와 green일 텐데 '푸르다' 하나로 퉁칠 수 있는, 한국어를 쓰는 환경에서 태어난 것이 너무 좋다.
푸른 것 말고 노란 것도 가끔.
왜성 해바라기라고 한다.
해바라기는 분명 해를 보고 싶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이 친구들 중에는 해 안티도 심심찮게 있는 모양이다.
여름이라, 땀이 주륵 흐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시원한 바람이 피곤함을 상쇄시켜 주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시원한 뷰가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이만큼 걸어왔는데 숨이 턱 막히는 건물로 가로막혔다면 살짝 억울했을 수도 있겠다.
다이어리에 스탬프를 찍어가자 싶어 다이어리를 한 장 꺼내 넣었으나, 아쉽게도 인주 시스템이 아닌, 압인이었다.
몽촌토성으로 향하는 길 한 컷.
이 부근이 포토스팟인 것 같다.
서울 시내 어딜 가도 보이는 사우론도 한 컷.
올림픽 공원에는 나 홀로 나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도 9경 중 하나라고 한다.
나 홀로 나무이기는 한데 관람객이 꽤 있어서, 마치 아싸인 척하는 인싸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냥
딱 봐도 '쟤가 나 홀로 나무구나' 싶게 생겼다.
뷰가 참 시원해서 좋았다.
여기까지 왔으면 평화의 문은 한 번 봐줘야지.
좀 더 탁 트인 뷰였으면 좋았을 걸, 아쉬운 마음이었다.
생각보다 땀을 많이 흘려서, 점심을 먹어야겠기에 근처 밥집을 검색했다.
강동구청역 근처에 저렴한 중식집을 하나 찾아 들어갔다.
홀에서 식사를 하면 짜장면은 5,000원에, 짬뽕은 6,000원에 먹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짜장보다는 짬뽕 취향이라 먹었지만 살짝 기름진 맛이 있었다.
보라매 공원 서울 국제 정원 박람회
잠실역에서 2호선 환승을 한 뒤, 신대방역에서 내려 걸어가기로 했다.
어쩌다 보니 예전에 데이트하던 생각도 좀 나던 코스였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길 수 있는 기억들.
그만큼 시간이 흘렀고, 마음속으로 많이 복기하기도 했고, 힘든 시간을 견뎌 냈다는 뜻이겠거니.
여길 와 보고 싶었는데, 관람객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살짝 인기가 식을 때를 기다리다 보니 한여름이 되어 버린...
이곳도 푸르고 푸르다.
곳곳에 포토스팟이 꾸며져 있어서, 가족이나 연인끼리 인증샷을 남기기 괜찮게 생겼다.
아무래도 정원 '박람회'이다 보니 여러 모습을 담으려 한 것이 느껴져, 걸음을 걸을 때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했다.
스탬프 투어도 가능했는데 종합 안내소가 어딘지 몰라서 패스.
사실 오후 2시 가장 더운 때여서 좀 지치긴 했었다.
방문객들도 거의 그늘에 앉아 계셔서 공원을 배회하는 사람이 사실상 거의 없었는데, 어르신들께서는 이렇게 그늘 아래에서 바둑을 두고 계셨다.
곳곳에 '훈수 금지'라고 쓰여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바둑이나 장기판이 열리는 곳에서는 으레 언성을 높이는 장면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데 그를 막기 위한 훈수 금지 시스템이라는 것이 왠지 신박했다.
뭐라 말을 하려다가 입을 틀어막는 어르신 분들을 슬쩍 지나치며,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어린아이들이 연상되어 묘한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보라매공원만 왔더라면 괜찮게 보았을 것 같은데, 하필이면 방대한 올림픽 공원을 먼저 보고 보라매 공원에 와 버려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보여 아쉬웠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 지금처럼 더운 날씨가 아니라 바람도 선선할 테고, 어쩌면 꽃들의 컨디션도 다시 좋을 수도 있겠고.
음.
가을에 올 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