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렸다

by Peach못한
감기에 걸려 버림


새벽에 식은땀이 나서 여름 내내 애용하던 선풍기를 아주 미세한 바람이 나오게 작동시켜 놓은 채로, 산들바람을 느끼며 잠이 들었었다.


자는 동안 바람은 산뜻했고 식은땀도 저물어 갔는데, 하필 몸이 묵직했다.

평소였으면 새벽 다섯 시면 일어나서 생활하다가 여섯 시 넘으면 샤워를 하곤 한다.

하지만 어제는 일곱 시 즈음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게다가 정신 못 차리고 반팔에 남방 입은 채 겁도 없이 외출.

... 어제 아침 기온이 9도였던가.


응, 가을이니까


한강 바람이 아주 매섭게 느껴졌다.

눈물이 찔끔.

이 눈물은 슬퍼서 나는 게 아니었음이 너무 명확했다.


낙엽도 웅크리는 가을이 왔다.

바닥이 추워서일까 - 낙엽들이 도통 한 자리에 정체할 생각을 않는다.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양지를 찾으면 '이제 살겠다'를 중얼거리며 잎맥을 살짝 펴는 듯한 그 모습이, 왠지 어제의 나와 비슷해 보였다.


무언가를 이룬 한 해가 되길


한강 역사 탐방 시간.

이제 여섯 코스만 더 돌면 완주 배지를 받을 수 있다!


한강 역사 탐방 기념품 신청을 위한 인증 마감일이 11월 10일까지.

올해 뭐가 되었든 단 하나는 진득하게 해 보고 싶었고, 결과물을 손에 넣고 싶었다.

허송세월 하지 않았음을 증거로 남기고 싶었던 것 같다.

9월 중순이 다 되어 시작해 버린 한강 역사 탐방 스탬프 여권에는, 현재 9개의 도장이 찍혀 있다.

오늘은 두 탕을 뛸 예정...


탐방 끝나면 느지막한 오후에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

감기약을 좀 받아야지.

과거의 내가, 한 번 바쁘게 살아보겠답시고 하루에도 몇 개씩의 스케줄을 잡아둔 덕에... 정말이지 죽을 맛이다.

그나마 죽을 게 아니란 걸 알아서 위안이 된다.


한강 투어로는 성이 안 찼는가, 결국 아침 한강을 보러 다녀왔다.

식사는 초코 우유 하나.

이렇게 살면서 아프단 말 하지 마라, 나야.


하지만 마음이 편안해지고, 일상의 여유를 찾게 된다면 탁 트인 무언가를 보고픈 욕구가 조금은 줄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해 본다.

조만간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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