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특필! "나도 오고 싶어 오는 게 아냐" 파문

월요일의 항변

by Peach못한

아나운서 :

뉴스 속보입니다.

현재 용산에서는 월요일 씨의 긴급 기자 회견이 열릴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현장에 나가 있는 Peach못한 특파원 연결해 보겠습니다.

Peach못한 특파원?


Peach못한 :

네, 저는 현재 용산에서 열리는 긴급 기자회견장에 나와 있습니다.

그동안 불특정 다수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해 왔다고 주장하는 '월요일' 씨가 본인의 입장을 표명하는 긴급 기자 회견을 열겠다고 발표하였는데요. 이곳은 현재 많은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1분 후 기자 회견이 열릴 예정인데요 - 아 지금, 검은 양복을 입은 월요일 씨가 매니저들에게 둘러 싸인 채 모습을 드러 내고 있습니다.


(다소 회색빛 얼굴의, 입술 색이 검은 월요일 씨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월요일 씨는 기자단에게 90도로 공손히 인사를 하고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준비된 자리에 착석한다.)


월요일 :

아, 아.

다들 잘 들리시나요?


(기자들의 웅성이는 소리가 일순간 가라앉는다)


월요일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월요일입니다.

저는 그동안 눈치 없는 캐릭터로서 맡은 바 역할을 충분히 해 왔다고 자부하며, 욕을 먹는 행위 자체가 국민 여러분들께서 저에게 베푸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 후반부터 역병처럼 퍼지기 시작한 '월요병'이라는 말도 태연히 웃어넘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악역을 맡아야만 저의 사랑스러운 다른 동생 요일들이 빛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는 월요일 씨 클로즈업)


월요일 :

흠흠, 죄송합니다.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와서요.

죄송합니다, 이어서 말하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어린아이들에게 '실수'라는 명목 하에 저의 이름이 빨간색으로 적히는 저주가 공공연히 행해지고, 월요일은 대체 왜 존재하냐는 무례한 발언이 증폭되고, 심지어는 제 동생들에게마저 제가 배척되기도 했습니다.

견딜 수 없는 수준의 국민적 따돌림을 저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 신경 정신과 약물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힘든 것은 '다이어리에 왜 월요일이 먼저 적히느냐, 막내 일요일이 먼저다'라면서 첫째인 제가 무시당하는 순간인데요.

힘든 일, 욕먹는 일은 다 제가 감당하는데 다이어리 앞줄에 잠깐 서는, 그것 때문에 왜 욕을 또 먹어야만 합니까.


그리고 여러분, 일요일에 짜파게티 드시죠?

금요일은 불금이라고 술 드시고요. 수요일은 기운 내야 한다며 보양식 드실 겁니다.

토요일은 데이트하시는 날이고요.

화요일, 목요일은 일하느라 생긴 스트레스 푼다고 술약속 잡으실 겁니다.

그러면 월요일은요?

저는 왜 맛있는 것 대신 직장 상사의 욕만 먹습니까?

저도 고기 좋아합니다.


저라고 첫째가 좋아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 아닙니다.

저도 사랑받고 싶었습니다.

저, 월요일.

저도 솔직히, 오고 싶어 오는 놈 아닙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순간부로 저는 요일에서 탈퇴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요일은 7일에서 6일로 축소될 것이며, 제가 행하던 모든 일들은 제 동생인 '화요일'에게 넘기겠습니다.

저도 이제 자유로이 여생을 즐기고 싶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를 한 뒤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월요일 씨의 뒷모습이 비추어진다)



아나운서 :

Peach못한 특파원, 현재 그곳의 분위기를 알려 주십시오.


Peach못한 :

네, 현장은 매우 당혹스러운 분위기입니다.

기자회견장 맨 앞줄에는 입술이 검게 질린 화요일 씨와 수요일 씨가 망연자실한 듯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

사실 당장 내일이 월요일인데 갑작스러운 월요일 씨의 탈퇴 소식으로 인하여 화요일 씨가 큰 업무를 갑자기 떠맡게 되지 않았습니까?

화요일 씨의 입장이 궁금해지는데, 인터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Peach못한 :

안녕하세요, Peach못한 리포터입니다.

피치 못하게 화요일 씨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현재의 심경을 좀 들려주시겠습니까?


화요일 :

우리 형은 금방 돌아올 것입니다. 그렇게 믿습니다.

월요일의 공백을 제가 메꾸기에는, 가진 능력이 부족합니다.

무슨 요일이 월요일을 메꾸어야 할지는 저희 요일들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Peach못한 :

하지만 당장 내일이 월요일인데요.


(화요일, 실신하여 쓰러진다)

(기타 요일들의 욕설이 겹쳐지며 취재가 종료된다)


Peach못한 :

당장 월요일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어려워 보이겠으나, 보시다시피 화요일 씨의 실신으로 더 이상의 취재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변경될 요일 체계에 모든 이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용산에서 Peach못한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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