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왔던 조지아의 카페에서 남겨보는 여행 후기

첫 장소에서 코카서스 3국, 조지아의 구다우리 스키장 여행을 갈무리하며

by peachnectar

여타 유럽여행에서는 기본적으로 입에 달고 다니던 헬로, 땡큐, 쏘리를 아무도 하지 않는 점이, 처음 조지아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2층에 위치한 이 카페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부터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게 조지아에 대한 첫 인상이다. 나중에는 한국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 오히려 편하기도 했고. 그 다음에 놀랐던 건 기대보다 맛도리인 음식들. 공항에서 사먹은 음식이 이렇게 입에 맞은 적이 있었나?

친절한 스키장 사장님의 남편과 친절한 내 남편. 나의 보드의 뭔가를 조절해주는 중.

내가 느낀 조지아 사람들은 루마니아와 국민성이 비슷하다. 표정 변화나 리액션이 적으니 무뚝뚝해 보이고 말 걸기도 어렵지만, 당신이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면 선뜻 손을 내밀어 줄 것이다. 얼음길에서 허우적 대는 아이를 번쩍 안아서 옮겨주었던 나보다 작은 체구의 할머니, 대뜸 중국어로 인사를 건네 첫인상은 영 별로였지만 마지막 날 짐 실는 우리를 보고 "잘 가 공주야~", “너의 스키 실력은 정말 멋졌어” 인사해 줬던 패러글라이딩 아저씨, 담배 어디서 살 수 있냐니까 너 뭐 피냐고 물어보더니 동료의 한 개비를 건네주던 바 직원, 혼자 짐 들고 카운터에 줄 서 있으니 말없이 슬쩍 자기 자리를 비워주던 착한 청년 등... 대화를 많이 한 기억은 없는데 이상하게도 타인의 친절을 받은 순간들이 많았다.

루마니아 여행 때와 마찬가지로 십 대 여자 아이들 중 내 외모에 호감을 드러내는 친구도 또 만나게 되었다. 매번 남편에게 놀림을 받는 토픽… 당연히 난 흔한 한국의 삼십 대 중반 아이엄마의 미모를 자랑한다. 같이

곤돌라를 탔던 열다섯쯤 된 러시아 여자아이가 너무 예뻐요. 너무 사랑해요,라고 과분한 찬사를 보내 주었다.

아직도 (도대체) 이유를 모르는데, 한국인 여자들의 스킨케어, 메이크업 등이 유튜브에서 인기라고 외국인

친구들에게 듣기도 했고, K-drama도 많이들 보니까 그래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루마니아 여행에서도 그랬지만 내가 한국인이라고 밝히기도 전에 좋아한다고 해서, 그렇다고 내가 대체 왜 좋아요? 왜 이뻐요? 이럴 수도 없고, 무튼 인형같이 생긴 애들이 나처럼 생긴 사람도 좋다니까 어린아이들은 다양한 미의 관점을 가지고 있구나, 의아하면서도 참 좋네, 싶긴 했다.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 음식과 술이 맛있다. 여기 오기 직전에 인근 유럽 국가에 사는 친구에게 조지아 여행에 대한 조언을 구했을 때, 거기서는 그냥 와인이랑 음식 많이 먹고 오면 된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워낙 배경 지식 없이 온 터라 큰 기대는 안 했건만 구다우리 스키장 내 여러 식당을 섭렵할 때마다 그 친구 말을 십분 이해했다. 치즈와 달걀로 채워진 조지아 전통 빵 하차푸리(Khachapuri) 은 내가 간 어느 식당에서도 주문이 가능했는데, 그냥 먹긴 짠 감이 있다 싶은 것이 와인과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우러졌다. 조지아 와인은 묽은 느낌이지만 또 마냥 가볍지만은 않아서 어딜 가든 세미 스위트로 주문하면 평소엔 드라이한 와인을 선호하는 내 입맛에도 딱이었다. 진짜 와인은 물처럼 드시고 오세요! UAE에서 먹기 힘든 돼지고기 요리도 자주 시켰는데, 한국인이 좋아하는 기름진 부위를 감칠맛 나는 소금으로만 간을 해서 내어주는데, 진짜 울면서 먹었다. 맛있어서. 스키장 내 식당들이 이 정도라면 시내로 가면 맛있는 곳이 얼마나 많을지!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다섯 시간 걸려 도착한 구다우리 스키장 내에서만 사박 오일을 보낸 여행이기에 스키장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우리나라 스키장보다 경관, 자연환경, 설질, 숙소, 식사 등 여러 면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점은 차치하고, 여기서는 혹시 모를 흔치 않은 한국인 방문객을 위해 직접 겪어보니 도움 될만한 실용적인 정보를 풀어 보겠다. 우선 숙박은 무조건 ‘뉴 구다우리’단지 내, 그러니까 스키장에 가장 인접해 있는 오래되지 않은 숙소 단지 안에 있는 방으로 잡을 것. 가뜩이나 장비들 입고 벗기도 불편한 데다 우리나라처럼 제설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도 않는 터라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묵지 않으면 여행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점을 우리도 여행을 마치고 떠나는 길에 조금씩 멀어지는 다른 숙소들을 보면서 체감했다. 두 번째, 강습을 희망한다면 여러 옵션이 있으니 본인에게 맞는 것으로 선택할 것. 우리의 경우엔 출발 전 처음으로 스키를 배우는 여섯 살 딸을 대상으로 구다우리 스키장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1로 3일 간 매 회 3 시간 강습을 예약하고 50여 만원의 강습료를 미리 지불하였다. 그리고 나는 남편에게 따로 배우고 있었는데, 왕초보들이 몰리는 아래 쪽에서 각 장비 렌털샵 직원들이 강습 서비스를 제공하고, 호객행위도 하고 있었다. 속쓰릴까봐 굳이 물어보진 않았지만 강습료도 훨씬 저렴할 것이 틀림없었다. 앞서 몇주 전 조지아에 다녀온 아이의 튜터 선생님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과연 그랬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매우 만족했다. 뉴질랜드 출신의 자상한 선생님은 우리가 오며 가며 마주쳤던 어떤 선생님보다 활기 넘치고 성실하게 아이를 가르쳐 줬다. 적절하게 가진 쉬는 시간에 카페에서 사비로 베이비치노도 사주고, 리프트 탈 땐 무서울까 봐 어깨를 안아주기도 하고. 이것들도 나중에 아이가 이야기해 줘서 알았다. 놀라운 스키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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