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와 여섯살 딸이 사랑을 담아 몰래 아이폰 메모장에 남긴.
오빠, 스물여덟살에 오빠를 처음 만나서 지금 서른여섯살이 되었어. 그 때 서른세살이던 오빠는 나한테 항상
‘되게’ 어른인 사람이었는데 나는 이제 그것보다 훨씬 나이를 많이 먹었는데도 여전히 철없고 부족한 게 많고, 나밖에 모르고, 그렇네… 여기까지 와서 이틀을 배웠는데 여전히 보드도 못타고… 오빠는 여전히 어른스럽고 자상하고 인내하고 다정하고 늘 나를 품어주는 좋은 사람이라서 참 행복해. 뭘 가르쳐도 항상 친절하고… 이제 내가 보드만 잘타면 오빠의 행복이 완성될텐데 그치? 이런 나라서 정말 미안한 마음이 크네. 나는 어릴 때 내가 못 하는 거 빼고 다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공부도 잘 하고 글도 잘 쓰고 피아노도 잘 치고… 난 정말 짱짱걸인줄만 알았어. 이십대까지는 말야. 근데 크면 클수록, 아니,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왜이렇게 못하는 것만 점점 많이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까? 운전도 못하고, 보드도 못타고, 오빠가 나한테 기대하는 것들은 다 못 하는 것 같아서 참 미안해. 아니다 쓰다 보니까 조금은 억울해지기도 해. 다는 아니네. 휴직하면서 과일도 깎을 수 있게 되었고, 도시락 싸면서 요리도 곧잘 하게 되었고, 청소실력도 늘고 있고, 타인들과 소통하는 것에도 꽤나 능숙해진 중년의 내가 되었어. 그렇지만 오빠가 제일 원하는 나의 모습은 아무래도 보드를 잘 타는 나, 겠지? 더욱 정진하고 게으르게 굴지 않으면서 오빠를 실망시키지 않는 내일의 내가 될게 오빠. 내일은 정말 두 시간만에 힘들다고 엄살피우지 않고 더 열심히 할게. 한 번만 나를 더 믿어줘. 늘 내 곁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오빠를 매일매일 더 사랑하고. 진짜 좋아해. 이런 내 맘….받아주길…
그리고 올해 나의 목표는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니까,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오빠한테 화 많이 내지 않고 아인이에게도 감정적으로 구는 순간이 생기지 않도록 더욱 노력할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체력정진에 더욱 매진할거야. 서른여섯살에도 이렇게 정진해야 할 게 많은지 모르겠지만. 쓰다보니 반성문같지만 오빠는 이미 엄청 멋지고 어른스러운 사람인데 나만 너무 철딱서니 없는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간인 것 같아서 그런가봐. 오빠가 실수해도 짜증내지 않고 그렇게 할게. 태어나줘서 정말 고맙고 같이 조지아에서 시간 보내서 정말 좋아. 나는 조지아가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단다. 오빠와 아인이와 함께라서 더 좋은가봐.
P.S. 엄마가 이 편지를 쓰는 동안 우리 딸도 글을 글을 남겨 두었지. ISTJ 아빠를 울게 하는 아이의 글. 짤막하게
기록해볼게.
사랑하는 아빠에게
내가 얼마나 아빠를 사랑하는지 알고 있지? 나는 언제쯤 아빠를 사랑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행복하게 살자. 나는 아빠의 따뜻한 마음을 잊지못할 거야.나는 아빠의 충분한 마음을 이해 할수 있어.아빠의 마음은 충분히 착해. 그러니까 더이상 착하게 노력은 조금만 해줘도 돼. 나의 걱정대신 아빠의 걱정을 더 해도 돼. 그럼 내가 말한대로 해볼까?그럼 bye 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