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니고 유럽도 아니고 아시아에 속하는 코카서스 3국 중 한 곳
전 날 생리가 터지면서 컨디션이 아예 최악으로 다다른 상태로 출발하는 여행인데다 간만의 저가 항공사를 이용한 비행.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공항에서 딜레이가 적었다는 점과 비행기 좌석 자리 배치가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아 그리고 공항까지 타고 온 렉서스 뒷자리가 무척 편안해서 다음에는 이 차로 사야 하나 싶어 사진도 남겨놨다. 남편말로는 원래 세단 중에서도 뒷좌석 안정감이 좋기로 유명한 차라고 한다. 쾌적한 아부다비 신공항에서의 출발 후 얼마지 않아 무사히 쿠타이시 공항으로의 착륙을 준비하는 비행기 안에서 글을 남겨 본다. 탑승 전 라운지에서 카푸치노에 진통제 두 알을 삼키고 온 몸뚱이로 네 시간째 비행기에 짜부라져 있는 지금의 나. 도착하면 드라이버가 우리를 마중 나올 것이고 그러면 다섯 시간 동안 또 차를 타고 스키장으로 향해야 하는 긴 여정(근데 스키장이 영어로 뭐더라. Ski resort?)이 우리 세 가족을 또 기다리고 있다. 난 보드도 탈 줄 모르고 깨끗하고 고급미 뿜뿜한 호텔 숙소를 좋아해서 스키장 내 숙소에서 묵는 이번 조지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없었지만 남편 생일 선물 대신 온 여행이라고 생각하니 어찌어찌 갈만한 기분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언젠가 배워야 할 보드라면 눈구경대신 사람구경만 하다 올 한국 스키장보다 한적한 이곳에서 삼일 간 남편 전담으로 배워가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고, 조그마한 나의 여섯 살 딸이 선생님한테 배워가기엔 그보다 더 이점이 많을 테니 감수할 만한 것도 있다. 무엇보다 어제 유튜브에서 보고 온 파친코, 이민진 작가가 강연 중 한 말이 오늘의 내가 이 여행을,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인생에서 의미 없는 순간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과거의 오늘의 의미를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나한테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 의미 없는 순간이 없을 것이고 오늘의 순간도 마찬가지 일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매 순간이 내 인생에 미치는 의미까지는 평생 몰라도 되지 싶다. 그게 작가와 일반인의 차이려나? 그저 모두 미래의 나에게 가치 있는 순간이겠거니 믿고, 그렇기만을 소망할 뿐. 약기운에 머리가 띵해서 별 생각이 다 든다. 저가 항공 특유의 면세품 판매 방송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아무튼 이제 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