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derness
Tenderness : 유연하고 마음이 여리고 부드럽고 민감하고 친절하고 애정을 갖는 것
사람들은 빛과 공기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특질과 그들의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그들의 겉모습을 보면 그들이 하는 일과 하지 않는 일을 알 수 있고, 얼굴에는 행복과 근심이 드러난다. (August Sander, 1876-1946)
어느 날 아침에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과제에 필요한데 나랑 잘 어울리는 키워드나 단어, 문장 아무거나 .. 한 개씩만 부탁해.. 이 글 본 사람들 안 하면 오늘 개똥 밟음!!"
그래서 이 친구를 잠시 떠올리다 "부츠!!"라고 대답했다. 모델처럼 큰 키에 검은 레더가 잘 어울리던 친구를 떠오르니 딱 부츠가 떠올랐다. 그리고 좋아하는 가수와 배우를 볼 때 행복해서 나타나는 그의 비장한 덧니가 돋보이는 웃음이, 고양이를 꽤 터프하게 쓰다듬던 모습이 생각났다. 보라색 바람막이를 입었던 그 친구와 처음으로 인사를 하고 공부를 했던 교실도, 배꼽 빠지게 웃기게 놀던 순간들까지.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았을 때, 나에게 이 친구는 섬세함과 시원함에 2그램의 찌질미가 더해져 완성된 것 같다.
한 사람을 떠올리는 순서는 주로 외형 > 추억 > 내면이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로 하기 때문에 언어로 뚜렷이 표현할 수 있는 부분부터 떠올리게 되어 그런 건가. 문득 나는 나의 친구들에게 그리고 나를 스쳐간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궁금해졌다.
며칠 전 동료들과 새로운 공간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코리빙&코워킹을 하는 곳이었는데 공간을 설명해주시던 직원 분께서 나를 알아보셨다. "저 OO에 갔을 때 뵌 것 같아요!" 어머. 세상에. 서로 모르던 사이의 어떤 이가 나를 알아본다는 사실에 놀랐다.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나는 어떨까. 나의 어떤 부분이 인상에 남아 함께 간 이들 중 나를 알아보았던 것이었을까?
지난달 공간 투어를 진행했는데 당시 나의 공간 투어에 참여해주셨던 한 분의 소중한 메시지도 기억이 난다. "우선 투어의 첫인상은 작고 사랑스러운 분의 수줍고 따듯한 인사였다. 잠깐의 투어로 끝날 수 있는데, 한 명씩 이름을 물어보고 기억하겠다는 이야기에, 이 투어 찐이겠군 싶었다. 그리고 찐이었다." 평소의 투어와 달리 그날은 왠지 이름을 여쭤보고 싶었고 조금 더 밝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 마음이 잘 전달이 되었던지 얼마나 감사하고 기쁘던지. 나의 첫인상을 이렇게 타인이 쓴 글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감동이었다.
우리는 인생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중의 일부는 어떠한 우연으로 대화를 하게 되는데, 그저 스쳐 지나는 잠깐의 인연으로 남기도하고 점점 더 짙어지는 친구로 남기도 한다. 짙어져 가는 관계는 힘들고 복잡하겠지만 그만큼 큰 즐거움이 있어 계속 만들게 된다. 환경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사귀곤 하는데 올해가 역시 그렇다. 책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내 곁에 있어 고맙다. 그들이 있다는 것을 때로 깨달으면 스스로에게 말한다. "현지! 잘 살고 있어!" 그리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다. "So sweet 한 친구들! 내가 정말 Love 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