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사소한 것들이 때론 전체를 집어삼켜버린다.
잘 마시지도 않던 캔커피를 따고선 마시려는데 어디에 뒀는지 눈 깜짝할 새 사라져버린 캔뚜껑. 종종 그런 것들이 있다. 중요한 물건도아니고, 없어도 살아가는데 전혀 영향이 없는 것들이지만 머릿속을 계속 맴돌며 신경쓰이게 만드는 그런 것들이.
떨어져 있을 곳이라 추측이 되는 쪽을 한참 뒤적거려도 꽁꽁 잘 숨어있던 녀석이 세차장에서 사용한 에어건 한방에 어디선가 쏙 튀어나왔다.
허무하고 맥이 빠졌다. 저 사소한 것에 무척이나 신경썼던 내 자신이 못마땅하게 느껴졌다. 최근 이런 저런 일들로 신경이 곤두서 있던 상황이 다시 나를 사소한것에 집착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작고 사소한 것들이 때론 전체를 집어삼켜버린다. 인간관계가 되었든 물건이 되었든. 늘 하던 기도중 하나가 작고 사소한 것들에 집중하기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는데. 종종 그 다짐들을, 기도를 잊어버리고만다.
캔뚜껑을 찾고선 한참을 바라보았다. 복잡미묘한 감정이 나를 사로잡는다.
_캔뚜껑 하나에 신경이 곤두선 날의 기록.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때론 잊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