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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해본 사람만이 아는 것들

사소한 완성이 만들어내는 인생의 반전

by 주진주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새로운 다이어리를 펴고 올해는 정말 열심히 살아보자고 다짐하거나,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영어 원서를 집어 들고는 오늘부터는 진짜 꾸준히 읽어보겠다고 결심하는 일은 누구나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문제는 그 다짐이 하루, 이틀, 일주일을 넘기지 못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진짜 어려운 건 끝까지 해보는 일입니다.

저 역시 그런 경험을 숱하게 반복하며 살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열정이 있었습니다. 나만의 영어 교육 사업을 해보고 싶었고, 내가 만든 콘텐츠로 누군가의 삶에 작게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작은 잘했지만, 어느 순간 불안과 조급함이 저를 덮쳐왔습니다. 이게 맞는 길일까, 내가 만든 것들이 정말 도움이 될까, 이렇게 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그런 질문 앞에서 방향을 잃고 멈춰 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는 그만두자는 말보다, “조금만 더 해보자”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습니다.

한 발짝만 더 내디뎌 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돌아앉아 영어 원서를 펴고, 콘텐츠를 만들고, 교재를 수정하고, 글을 쓰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끝까지 해보았더니,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주 조용하고도 느리게, 그러나 분명하게 변화가 시작된 겁니다.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처음으로 아이가 영어 원서를 끝까지 읽었어요.” 저는 그 한 문장에서 무언가가 울컥 올라오는 걸 느꼈습니다. 그것은 단지 영어 원서 한 권을 다 읽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누군가가 자신의 한계를 조금은 넘어서 봤다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점에 제가 만든 교재와 콘텐츠가 있었던 거지요.

그때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끝까지 해보면 결국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따라온다는 걸요. 심리학자 안젤라 더크워스는 『그릿(Grit)』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릿은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열정과 인내의 조합이다.” 어쩌면 세상에는 타고난 재능보다도, 이 ‘끈기’가 더 귀한 자질일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대부분 중간에 포기해버리기 때문에, 끝까지 해내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버드대학교의 연구 결과에서도, 작은 목표라도 끝까지 완수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자존감과 삶의 만족도가 현저히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는 그걸 이미 알고 있지 않나요. 아주 사소한 일이더라도 내가 “해냈다”고 느끼는 그 감정, 생각보다 오래 남고 깊은 자신감을 만들어줍니다. 아침마다 일어나 영어 원서 다섯 페이지만 읽어보겠다고 정하고, 그것을 지켜낸 날의 뿌듯함은 생각보다 큽니다. ‘내가 나에게 지킨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는 만족감은 그 어떤 외부의 칭찬보다 오래 갑니다.

저는 요즘도 매일 아침 책상에 앉아 영어 원서를 조금씩 읽습니다. 어떤 날은 집중이 잘 되지 않기도 하고,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이 쏟아져서 빠르게 읽고 넘어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Atomic Habits』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의 문장을 떠올립니다. “성공은 하루아침에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작은 습관들이 매일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삶을 바꾸는 일은 거창한 결단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아주 평범한 선택들에서 출발한다는 걸 저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에 제가 만든 콘텐츠나 교재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무료로 나누어보기도 하고, 홍보를 해보기도 했지만 반응은 미미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곤 했습니다. “이건 분명히 좋은 거야. 그런데 왜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까?” 처음엔 답답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콘텐츠가 아니라, 제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직 누군가의 필요와 정확히 맞닿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것을 ‘맞춰가는 과정’ 자체가 바로 사업이더라고요. 마치 독자가 책을 끝까지 읽어나가며 저자의 의도를 점점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처럼요.

지금 생각해보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았기에 결국 방향도 잡히고 반응도 생긴 것 같습니다. “아, 이건 아닌가 보다”라는 판단은 사실 ‘충분히 해본 뒤’에 내려야 정확한 거지요. 그전에 멈춰버리면, 진짜 가능성은 영영 볼 수 없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도 아마 어떤 일을 시작하려는 분, 또는 이미 시작했지만 마음이 흔들리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영어 공부가 너무 버겁게 느껴지시나요? 처음에 마음먹은 원서를 다 읽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고 느껴지시나요? 또는, 조용히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기대만큼 성과가 나지 않아서 고민 중이신가요?

그렇다면 부디, 한 걸음만 더 내디뎌 보시기를 바랍니다. 모든 변화는 그 '다음 한 걸음' 이후에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결과가 있습니다. 그건 단지 성취나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 같은 것입니다. 결국 그 믿음이 쌓여, 삶 전체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바꾸게 됩니다.

작은 일이더라도 끝까지 해보는 것. 그 일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큰 힘을 만들어내는지 저는 매일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 여정에 여러분도 함께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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