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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라는 이름의 그리움

여행의 시작은 계획부터

by Pearl K

파도가 큰 너울을 만들며 높이 솟았다가 수많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후두둑 낙하한다.

파도와 파도가 만나 서로 더 큰 시너지를 일으킨다. 작은 파도가 겹겹이 쌓여 큰 파도를 이룬다. 큰 파도는 작은 포말들을 또다시 만들어낸다.

바다 앞에 멍하니 앉아 이 무심하면서도 세심한 과정을 바라본다.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다. 그저 그렇게 자기들끼리 부서지는 것만 같던 바다는 어느새 코앞까지 와 있다.

밀물과 썰물. 달의 인력에 의한 것이라는 과학적 설명이 버젓이 있지만 나 같은 감성폭발 문과생에 태생적인 바다의 아이에겐 그저 아름답고 설레는 시간일 뿐이다. 물이 들어오고 밀려나가고 시간이 간다.

파도 사이 사이에서 들려오는 바다의 노래가 귀를 간지럽힌다. 코끝으로 맡는 바다내음은 해초의 싱싱함과 비릿함을 모두 담고 있는 향이다. 거기에 짭짤한 소금향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코로 바다를 마시는 기분이다.

적당히 데워진 따끈한 모래. 그 위에 엉덩이로 퍼질러 앉아 따뜻한 모래의 감촉과 시원한 바다바람을 동시에 느낀다. 무료해질 틈 없이 몰려오는 파도를 보며, 어딘가에서 주운 나무젓가락으로 젖어있는 땅 위에 너와 나의 이름을 쓴다.

최대한 재빨리 이름과 글자를 쓰고 사진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한 발만 늦어도 질투심 많은 파도가 글자들을 모두 훔쳐가버릴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바다를 좋아하게 된 걸까. 바다 곁에 살고 싶다. 바다를 온몸으로 누리고 싶다. 지친 마음도 그 모든 고뇌의 시간도 저 먼 바다 위에 실어 흘려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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