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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Oct 29. 2021

진심의 파워 ON

프롤로그

나는 사서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학교 교육공무직 사서다. 지난 17년간 7개의 중, 고등학교에서 일해 왔다.


매년 스승의 날이 올 때마다 조금 미안하다. 그렇게 불릴 만큼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아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나를 사서 선생님이라고 부를 때,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든다.


   작년 스승의 날 자정이 가까워질 무렵, SNS로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쌤 늦었지만 스승의 날 축하드려요. 중학교 때 도서부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저한테는 큰 도움이었던 것 같아요. ‘도서부’라는 경험을 안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중학교 졸업 후 항상 가지 못하고, 저에겐 평생 스승이었던 쌤이 어디 계신지 찾지도 않은 게 너무 후회되네요. 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응원하겠습니다!”


   평생 스승이라는 표현은 처음 들어보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동시에 부끄러웠다. 평생 스승이라고 할 만큼의 무언가를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메시지를 보낸 아이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아무리 기억해내려 애써봐도 내 머릿속은 백지상태였다. 도서부까지 했던 아이라면 보통은 잊지 않는데 왜 생각이 나지 않을까? 너무 미안했다.


  나는 그동안 만났던 아이들에게 정말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가? 그때 내가 했던 말들을 책임지며 살고 있는가? 다시 만나면 그들에게 스승은 아니어도, 인생의 선배나 친구 정도의 모습은 보여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며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글은 내가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서 샘이라 불러주는 아이들과 내가 함께 조금씩 자라 가는 이야기다. 처음엔 내가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반대로 아이들에게서 배우게 된 게 훨씬 더 많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초짜 선생의 무식한 용감함을 적극적인 반응으로 받아 준 아이들. 학교에서 일하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세계. 서로 깨지고 부딪치며 성장할 수 있던 일들. 파란만장한 나날들 속에서 지쳐버린 시간. 너무 잘 맞아서 도플갱어인가 싶던 아이. 충분히 신경 써 주지 못해서 생긴 커다란 미안함까지.


   사실은 네 잘못이 아니라고, 샘이 미안했다고. 아이들을 마음으로 품고 진심으로 대하지 못한 내 모습을 반성했다. 서투르지만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기다림의 시간을 내어 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부족함을 인정하고 나니 짧은 시간에도 깊고 소중한 마음을 전해 준 아이들이 보였다.


   이 글들이 부모로 자녀를 양육하는 분들,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분들, 교회 선생님으로 아이들의 신앙을 돕고자 하는 분들이 그동안 고민했던 질문들에 대한 작은 공감이 되어주기를. 이 책이 그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무엇보다 글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며 변화를 이루어 내는 우리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가 심었던 진심은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싹을 틔우고 자라나 열매를 맺을 거라 믿는다. 지금 아이들과 함께 서 있는 우리가 그 증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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