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닫히면...

새로운 세계 앞에서

by Pearl K

돌이켜보면 항상 그랬다. 어떤 것들은 꽉 잡고 있기보다 자연스럽게 손에서 놓아야만 했다. 놓치고 싶지 않아 꽉 붙든다고 해도 이미 수명이 다해버린 것들은 오래가 못했다.


때로 손에 쥔 것을 놓아야 할 타이밍을 놓쳐 버리면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예상외로 손을 놓았을 때 새로운 선물 같은 사람들이 얻어진다. 그렇게 삶이란 시간에 따라 변화되어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1884년 갑신정변의 주역이던 급진 개화파의 세 사내도 그러했다.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등 양반 출신의 청년 지식인들은 19세기 중반 실학사상의 긍정적 요소와 세계정세와 자본주의의 흐름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들은 함께 조선의 개혁을 도모하기로 결심한다.



뮤자컬 "곤 투모로우"는 개항 이후 개화기의 격변 속에서 청나라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조선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청나라와의 사대관계를 청산하는 것에 우선순위가 있다고 보았다. 그들은 반대 지점의 외부세력인 일본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이 생각하는 개혁을 이루고자 한다.


우정국 개국일에 방화사건으로 시작된 갑신정변은 3일 만에 그 막을 내렸고 김옥균과 무리들은 생존을 위해 황급히 일본으로 가는 배에 몸을 싣는다. 청나라에게 보복을 당할까 두렵던 임금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김옥균에 대한 애증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임금은 결국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김옥균을 암살하고자 한다. 몇 년간 계속되는 실패로 임금은 김옥균을 암살할 한 인물을 조용히 준비시킨다. 본래와는 다른 이름과 이력으로 김옥균 곁에 침투한 정훈은 그의 신뢰를 얻는다.


마침내 김옥균을 설득하여 배에 태우고 그를 향해 총을 겨눈 정훈. 김옥균은 대의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을 바치겠다며 다만 한 가지를 약속해 달라고 한다. 정훈이 남은 동지들을 규합하여 조선의 개혁을 위한 목표를 이루어달라고.


비밀리에 새롭게 열린 정훈의 시대에 청나라와 일본 양쪽에게 들키지 않고 조선의 개혁을 위해 애쓰던 정훈과 동지들은 을지 늑약의 만행을 알려 무효화하기 위해 임금의 명으로 헤이그에 특사로 파견된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잘 알다시피 모든 시도는 일본의 방해로 무산된다.


곤 투모로우는 조선 사회의 격변기에 일어났던 커다란 사건 몇 개를 중심으로 그 사이사이에 상상력을 덧입혀 이지나 연출만의 세련되고 스타일리시한 분위기를 가득 채워 만들어 냈다. 어두운 시대를 심각하게만 나타내기보다 새롭고 감각적인 느낌을 살려낸 점이 독특했다.


하나의 문이 닫혔다고 생각한 갑신정변의 실패 이후에도 조선의 개혁과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외세의 도움 없이 새로운 문들을 열어내려 애썼던 역사 속의 선진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이루어 온 이 나라를 다시 생각해 본다.


돌이켜보면 나는 머물러 있기보다는 언제나 앞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었다. 자의로든 타의로든 때로는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고통스럽고 어려운 시간일지라도 새로운 문들을 열기 위해서라면 견뎌내야 하는 시간일 것이다.


한 해의 끝에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내 인생에 열렸던 문 하나가 서서히 닫혀가는 것이 보인다. 마음이 어렵고 쉽지 않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열릴 새로운 문들을 기대한다. 나를 가장 잘 아시고 변함없이 이끌어가시는 분을 의지하며, 2022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