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새하얀 설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시작이고 끝인지 알 수 없는 순백의 땅이, 시선이 닿는 곳마다 가득했다.
눈앞의 설원을 향해 한껏 두 팔을 벌리고 힘껏 목이 터져라 함성을 외쳐본다. 지평선인지 수평선인지 모를 세상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가다 멈춰 선 시간 사이에 나 홀로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때, 하얀 풍경 위로 따뜻한 김이 피어오른다. 영인은 동료가 건네준 커피 한 잔에 현실로 돌아왔다. 그녀가 보고 있었던 것은 사무실 한쪽 편에 걸린 하얀 눈밭이 담긴 사진액자였다. 저곳이 어디인지도 누가 찍은 사진인지도 알 수 없었지만, 영인은 아무도 모르게 잠시 사진 속의 세계에 다녀온 것 같았다.
시베리아를 연상시키는 냉동고 같은 날씨라고 뉴스에선 연일 떠들어 댄다. 그래서인지 거리에선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아마 질리도록 오래가는 이 감염병 때문이기도 하겠지.
건물 안, 식당 안, 카페 안이 어디나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사람들이 넘쳐나던 때가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혼자서는 추위를 견디기 싫은 이들이 연인끼리 친구끼리 가족끼리 이곳저곳에 삼삼오오 모여 이번 겨울의 가장 고비라는 이 추위를 함께 견뎌낼 수 있었다.
이제는 그런 풍경도 옛말이 되어버렸다. 전 세계를 덮친 바이러스는 사람들을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기 어렵게 만들었다. 때로는 두려워진다. 이러다 어느 SF 소설에 나온 것처럼 인간이 바깥과 완전히 차단된 돔을 짓고 그 안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시대가 오는 건 아닐까 하고.
이 추위가 한풀 꺾이면 '잔뜩 웅크렸던 마음도 몸도 얼어버린 세상도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하고 영인은 생각해 본다. 부드럽고 따뜻한 커피 한 잔에 얼어붙었던 몸이 조금은 녹은 것 같다. 온몸의 세포를 일깨우며 기지개를 켜고 영인은 두 손을 모았다.
모두에게 오늘 하루만큼은 안전하고 편안한 날이 되어주길. 전 세계적인 재난상황 속에서도 이 악물고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가 깃들길. 그렇게 영인은 잠시 기도한다. 이제 몸과 마음을 다잡고 하루의 업무를 시작할 시간이다.
Have a Good day, Every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