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너를 본 날을 기억해. 작은 사진 속의 너는 무엇에 놀랐는지 동그란 눈을 뜨고 있었지. 화질이 좋지 않았던 건지, 움직이는 와중에 찍힌 사진이라서였는지 선명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첫눈에 알 수 있었어. ‘이 아이, 나와 가족이 되겠구나.’
멀리 지하철을 타고 너를 맞이하러 간 날 생각보다 커다란 네 모습이 당황스럽기도 귀엽기도 했었어. 몇 번을 다시 물었던 것 같아. 정말 3개월도 안 된 강아지가 맞냐고. 그렇게 우리는 쉐보레 자동차 뒷좌석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채로 처음 만났지. 너를 안고 가방에 넣어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내 마음이 얼마나 두근두근 설레었는지 넌 알까?
그건 내 오랜 소원이었어. 어릴 때부터 내 삶을 채웠던 해피, 초롱이, 다솜이, 다솜이의 아가들 믿음 사랑 소망이. 그렇게 여섯 마리의 강아지가 모두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떠나고 말았지. 예쁘다고 데려와놓고 더 좋은 집으로 입양 보냈다고 말했지만,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부모님이 원망스러웠어. 그때 난 혼자서 살게 되면, 꼭 강아지를 데려와서 끝까지 책임지고 키우겠다고 결심했어.
대학생이 되고 매년 바뀌는 자취방과 사회생활이 시작한 3년 6개월의 고시원 생활에선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어. 내 한 몸을 책임지기에도 버거웠으니까. 고시원에 살면서 청약저축으로 돈을 모아 처음으로 보증금이 있는 월세방을 구했을 때, 곰팡이가 가득한 반지하는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었어. 난 그렇게 또 내 소망을 저만치로 밀어내야 했지.
다행스럽게도 방의 상태는 조금씩 더 좋아졌고 여동생과 함께 산 지도 7~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 다년간의 시험공부로 지친 여동생과 오랜 직장생활로 피폐해진 나는 자주 부딪쳤고,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 얼굴도 보지 않고 말도 섞지 않는 시간이 늘어가고 있었어. 위로가 필요했고 그때 나의 오랜 소원이 떠올랐어.
사실 너를 만나게 된 건 내 이기심 때문이었어. 피폐해진 삶에 작은 희망을 품고 싶었고, 어떻게든 좀 웃고 싶었어. 이젠 셀카를 찍어도 웃을 수가 없었거든. 동거인인 여동생에게 말 한마디 없이 나는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저질러 버렸어. 그렇게 네가 내 삶으로 들어오게 된 거지.
2개월 10일, 3.5kg의 말티즈 남아. 이미 애기 때부터 성견 몸무게가 넘어버린 너는 1년 동안 폭풍 성장했어. 몸이 커지는 만큼 호기심 넘치고 발랄했던 너. 우리가 집을 비울 때마다 자취방의 벽지와 바닥을 다 뜯어놓았던 사고뭉치 파티견을 기억해. 점점 격해지는 행동에 결국 중성화를 하게 되었지. 그리고 예상치 못한 아픔을 겪으면서, 누나의 서투름이 조급함이 너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어.
2022년 3월 20일. 일곱 살(사람 나이로 49세)이 되는 왕 커서 왕 귀여운 9kg 왕티즈 내 새꾸 봉봉아. 지난 7년 동안 누나랑 함께 있어주고, 항상 같이 산책도 하고, 너와 삶을 나눌 수 있어서 고마워. 우리 봉봉이 덕분에 누나가 더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 앞으로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누나랑 오래오래 잘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