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인터넷이라는 세상이 열렸을 때, 블로그를 할 때 내 닉네임은 계속 길..이었다. 윤동주의 동명의 시와 김소진의 동명의 소설 등에서 읽은 길에 대한 이미지를 좋아했다.
세계 최대의 제국을 이루었던 알렉산더 대왕의 이야기를 읽으며 "모든 길을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내가 로마이고 싶었다. 누구라도 어디라도 연결되는 길이 되어주는 삶이길 원했다. 그러려면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은 경계를 넘어 변두리 중에서도 꽤나 구석진 곳이다. 변두리에서는 구석진 곳에서는 모두가 통하는 길을 만들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구석진 변두리로 향하는 경계에 서서 나만의 길을 새롭게 만들어가기로 했다.
처음에는 어디가 길인지도 몰라서 무성하게 자란 풀숲을 베어내고, 작은 돌멩이들을 골라내고, 흙더미들을 치웠다. 그렇게 깨끗해진 경계 사이로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밟은 곳들에 조금씩 흔적들이 남았고, 한 사람이 지나고 두 사람이 지나며 새로운 길이 생기기 시작했다.
길은 한 방향으로만 나지 않았다. 이 방향 저 방향으로 자꾸만 확장되어 갔다. 문득 돌아보니 어디로든 갈 수 있고 누구에게라도 닿을 수 있는 길의 한가운데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가 원하던 꿈과 가까워지고 있었던 거다.
물론 모든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다. 구불구불 휘어진 길도, 산을 넘어가야 하는 길도, 찰방찰방한 냇가에 발을 담글 수 있는 길도, 중간에 커다란 돌멩이들이 있어 젤리슈즈를 신었다가는 발바닥에 구멍이 날지도 모를 길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서 있는 곳은 이미 변두리의 구석진 경계가 아니라 또다른 중심이 되어 있었다.
어디라도 갈 수 있고 누구라도 닿을 수 있는 길이 계속 이어지도록, 다시 길이 끊어지지 않도록 매일 정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내일은 이곳에 또 어떤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생겨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