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특별한 능력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능력은 가만히 도서관에 앉아 있으면서도,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파악하는 것이다.
때로는 종종 같이 근무하는 동료 선생님들을 내 의도와는 달리 놀라게 만들기도 했었다. 한 번은 1학년 담임 선생님이 오셨길래 "혜린이는 좀 괜찮아졌나요?"하고 물었다. 담임 선생님은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시더니 "저 모르게 교실에 CCTV라도 설치해서 보고 계신 거냐"며 감탄하셨다.
또 한 번은 3학년 8반 담임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 진로상담을 위해 책을 빌리러 오셨다. 도서관에 자주 오는 아이들이 그 반에 꽤 많아서 "현정이는 교사 지망이니까 이 책이 좋을 것 같아요.", "영빈이는 진로를 못 정했지만, 체육을 좋아하니 박지성 선수가 쓴 책이 좋겠네요." 하며 여러 아이들에게 맞는 책을 골라 추천해 드렸다. 8반 담임 선생님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시더니, "선생님이 저보다 우리 반 아이들 진로 희망을 더 잘 아시는 것 같아요." 하고 엄지 척을 해 주셨다.
이런 능력을 사람들이 놀라워하고 신기해하는 이유는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종일 있으면서도 어떻게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렇게 잘 파악하는지 물으실 때마다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곤 했다. 아이들이 직접 가져다주는 정보가 반 이상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능력은 빠른 시간 안에 그 사람의 성향이나 스타일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내가 학생들을 만나는 것은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 혹은 방과 후처럼 짧은 시간뿐이다. 하지만 그동안에 아이들의 성향을 빠르게 파악하고 공감하며, 각자에게 맞는 반응과 리액션을 해 주며 지도하고 권면하는 편이다.
대화하다 보면 피치 못하게 담임 선생님께 꼭 알려야 하는 사안이나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해당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를 도울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내 이야기를 들은 담임 선생님은 어떻게 그렇게 그 아이에 대해 잘 아냐며 종종 내게 역질문을 해오곤 한다. 아마 사람들에 관심이 많고 공감 능력이 있는 타고난 나의 성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능력이 있는 나에게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하나가 있으니, 하루가 멀다 하고 절교와 화해를 반복하는 중학교 여학생들의 교우관계가 그것이었다. 수연이와 현서는 1학년 때부터 어떤 사건을 계기로 친해진 아이들이었다. 둘은 다른 반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죽고 못 사는 것처럼 하루 종일 붙어 다녔다. 문제는 수연이와 현서가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찐친 사이라며 수연이와 현서를 비롯한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함께 와서 장난치고 떠들고 웃고 놀다가 교실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바로 다음 날 점심시간, 현서가 씩씩거리며 도서관을 찾아왔다. 대뜸 수연이와 절교할 거라며 불을 뿜듯 수연이에 대한 불만과 비난을 토해냈다.
바로 그때, 수연이가 도착했고 현서는 수연이와 거리를 두듯 뒤로 물러났다. 그것마저도 기분이 나빴는지 수연이는 혼자 중얼거리듯 욕설을 내뱉었다. 말릴 틈도 없이 현서와 수연이가 서로를 향해 내뿜는 독기와 독설들로 인해 도서관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황급히 두 사람 간의 사이에 관한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다 조용히 해!! 그만~! 한 사람씩 얘기해."
"아니 제가~ / 그게 아니고요."
"계속 둘이 동시에 말하면 안 끝나. 일단 현서 얘기는 먼저 들었으니까, 잠깐 저쪽으로 가 있어."
"네."
"이제 수연이가 얘기해 봐."
"쟤가 뭐래요? 제가 잘못한 거라고 그래요?"
"네가 하려던 얘기만 해."
수연이는 현서와의 싸움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나에게 이야기했다. 결론은 더 이상은 현서와 친구로 지낼 수 없다는 거였다. 같은 반이라고 해서 꼭 모두와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으니, 그렇다면 싸우지 말고 서로 거리를 두라고 조언해 줄 수밖에 없었다.
이틀 후, 현서와 수연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둘이 손을 꼭 잡고 도서관으로 왔다. 어이가 없어서 너희 뭐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어젯밤에 전화 통화로 화해를 했단다. 알겠다고 하고 넘어갔다. 그런 일이 몇 달 동안 똑같이 수십 번씩 반복되더니 이번에는 진짜 절교하기로 했다며 수연이가 도서관을 찾아왔다.
결국 지친 나는 헤어지든 다시 화해하든 둘이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도서관은 전교생들이 모두 함께 이용하는 곳이니 공공장소에서는 사이가 안 좋더라도 서로 티 내지 말라는 부탁도 했다. 그럼에도 두 아이는 틈만 나면 싸우고 화해하는 일을 아주 성실하게 반복했다.
절교와 화해를 종이 한 장 차이로 넘나들면서도 여전히 친구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이 아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능력자다. 나라면 벌써 지쳐서 관계를 정리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았을 것이다. 아마도 아이들은 이렇게 서로를 향한 우정을 쌓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표현하는 방법이 조금 서툴러서 그렇지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대해 이해하고 배워가는 중인 거다.
얘들아, 끝없는 화해와 절교를 반복하더라도 괜찮다. 많이 싸우고 많이 화해하면서 무엇보다 너 자신에 대해 배우길. 또한 너희들에게 좋은 친구로 남을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드는 학창 시절이 되기를 샘은 진심으로 바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