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기대어 울 어깨가 필요한데 내가 원하는 네 모습 어디 어느 곳 나를 잊어가고 있니. 잊으려고 애쓰는 건 잊지 않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난 이제야 알았는데 지금은 새벽 3시 반"
많이 애정 하는 가수가 낸 앨범이 나왔을 때 이 곡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 버렸었다. 타고난 야행성인지라 새벽시간에 깨어있는 일이 유난히 많기 때문이기도 했다. 경험상 새벽 3시 반이 가장 감성이 터지는 시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쁜 일상과 매일 반복되는 직장생활에 새벽시간은 다음날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만 하는 시간일 뿐이었다. 가끔 이렇게 휴일이 길어질 때면 본래의 리듬대로 새벽을 다시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짧은 여행을 떠나오느라 종일 분주했던 날이라 일찌감치 잠이 들었었다. 밤부터 세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꿈과 꿈 사이를 오가기도 했다. 한밤중 물을 마시러 깼다가 처마 밑에서 떨어지는 반복적인 빗방울 소리가 귀에 꽂혀 다시 잠들지 못하고 있다.
한참이나 말랐던 땅들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로 충분히 목을 축이고 있나 보다. 내일 아침에도 계속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던데, 마음 같아서는 비 온 후 말갛게 세수한 가장 자연다운 얼굴을 보고 싶다. 다시 잠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활짝 갠 날씨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내 마음인지도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들이 길어지면서 본래의 내 자신을 많이 잃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를 잊지 않고 잃지 않기 위해서,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 나다운 나로 살기 위해 가끔은 이런 새벽들이 필요하다. 잠시라도 이 새벽을 오롯이 혼자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연재를 휴재하는 김에 지난 한 주는 쓰는 일 자체를 쉬기로 했었다. 정말 아무것도 쓰지 않고 꼬박 한 주를 쉬었다. 무얼 쓰고자 하는 생각까지도 다 내려놓았던 시간을 보내고 나니까 비로소 다시 쓰고 싶어졌다. 지금도 그렇게 하나하나 모든 것이 소소하지만 필요한 과정들을 겪고 있는 건가 보다.
지금은 도저히 즐길 수 없는 이 과정들을 마침내 다 겪어내고 나면, 그곳에는 내가 찾고 기다리던 답이 도착해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어둡게만 보이는 새벽을 지나 다가올 아침을 기다리며 마음을 매만지고 정돈해 두어야겠다.
이제 다시 자러 가야지. 활짝 개인 내일을 기쁘게 만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