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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Jul 25. 2022

어쩌다 마주친 코로나

스텔스 오미크론

지난 주말은 바야흐로 여름방학을 3일 앞둔 주말이었다. 1학기에 마무리해야 할 웬만한 큰 업무들은 다 마무리했고, 화요일부터 진행되기로 한 공사 때문에 1차 짐 정리도 끝내 놓은 상황이었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봉사활동 확인서를 담당자에게 제출하고, 공사 협조를 위해 사서실 안에 있는 캐비닛과 가구 등 비품들을 정리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노트북과 방학 중 근무할 자료들을 임시 근무지에 이동하면, 공사 전에 내가 해놓아야 하는 일은 다 마무리되는 거였다. 주말에도 여러 스케줄들이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금요일 퇴근 후, 주말 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고민 중이었다. 근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시작되었다.

   

   남편의 회사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코로나 기간 동안 종종 있던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어제 회식에서 음식이 잘못되었는지 속이 안 좋다고 해서 일단 하룻밤 자고 난 후 토요일 아침에 상태를 보기로 했다. 오전부터 남편은 미열이 있었고 자가진단키트에서 대조선이 연하게 보여 근처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아보길 권유했다. 나의 결과는 음성이었다.


   남편 혼자 걸어서 병원에 가서 PCR 검사를 받고 왔다. 재빠르게 격리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해 온 후, 알코올 솜으로 그가 만졌을 법한 모든 손잡이와 버튼을 닦았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한쪽 방에 격리를 하고, 둘 다 마스크를 하고 문 밖에서 조심스레 상태를 확인했다. 3시간 만에 나온 결과는 양성이었다. 1시간에 1도씩 체온은 가파르게 올랐고 39도를 찍고 2시간이 지나서야 비대면 진료 및 처방 어플을 통해 주문한 약을 받을 수 있었다.


   방 하나에 격리된 남편에게 식사와 간식을 전해줄 때도 장갑을 끼고, 문 앞에만 내려놓았다. 주일 아침 다시 자가 키트를 해 보았는데 여전히 나는 음성이었다. 혹시 모르니 봉봉이 면회를 취소하고 집에서 남편을 비대면 간호했다. 나도 남편도 3차 접종까지는 마쳤는데, 내가 그 희박하다는 슈퍼 면역자 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나름 철저하게 방역을 지키고 있었는데, 주일 밤부터 나도 미열이 나기 시작했다. 당장 검사를 받으러 갈 수 있는 시간도 아니어서 일단 타이레놀이 해열작용을 해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밤새 열이 계속 올라 39.1도를 찍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미 걸린 것 같아 월요일 아침 일찍 병원 갈 준비를 다 해놓고 자가 키트를 해 보니 임테기에서 보기를 바랐던 선명한 두 줄이 임테기 대신 코로나 자가진단키트에 찍혀있었다. 뻬박 확진이라는 생각이 들어 장갑과 마스크로 완전 무장하고 병원에 찾아가 검사를 받았고 3시간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 오후까지 한참이나 열이 내려가지 않았던 데다가 손가락 마디마디와 손목 관절마다 근육통이 심하게 와서 그게 더 힘들었다. 인후통과 마른기침이 간간히 지속되어 프로폴리스도 뿌리고 물도 계속 마시고 가글도 했다. 비대면 진료와 처방을 받아 약을 먹으니 항생제 때문인지 잠이 쏟아져서 계속 잤다. 그렇게 하루 이틀 동안 어마어마한 양의 땀을 흘렸고, 며칠 지나니 처음보다는 상태가 빠르게 호전된 편인 것 같다.


   주일 밤부터 계속 머리가 띵하고 생각을 할 수가 없이 몽롱한 상태가 며칠간 지속되어서 그저 머리를 비워두기로 했다. 자가격리 기간은 병가로 처리되었고, 학교는 수요일에 여름방학식을 했다. 월요일에 했어야 하는 일은 다행히 담당부장님이 잘 정리해 주셨다. 아직 약간의 인후통과 잔기침이 남아있고, 목에 객담이 걸린듯한 느낌 때문에 불편하긴 하지만 이 정도면 심각하지 않게 지나간 것 같다.


   먼저 걸렸던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후유증이 심하게 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후각과 미각을 잃거나 기침이 지속되거나 하는 일이 그것이다. 바람이 직접적으로 닿는 곳에 있으면 잔기침이 종종 나긴 하지만 심하진 않아 다행이다. 심한 경우 두통과 어지럼증이 잔상처럼 남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여 다행이다. 남편 자가격리부터 장장 9일이나 집 밖에 못 나가보니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색하고 낯설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드디어 격리 마지막 날이다. 온라인 주일 예배를 드리고 점심을 먹은 후 락스를 희석한 물에 청소걸레를 담갔다가 온 집안을 깨끗이 소독하고 닦아냈다. 입었던 옷들도 다 세탁하고, 사용한 베개와 이불, 침대 시트까지 모두 세탁하고 소독했다. 집안을 소독하고 환기도 충분히 하고 나니 다시 깨끗해진 기분이 든다. 월요일 자정! 공식적으로 격리가 해제되었고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도 끝났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 전해받은 따뜻한 마음들에 감사하며 더 나누고 베풀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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