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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Sep 13. 2022

어떤 시간에 있니?

나는 지금 어떤 시간에 있을까?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다. 꽤 오랫동안 스스로 힘들어 자신을 가두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지나왔던 것 같다. 문을 열고 빠져나온 이제야 실은 진짜 내 모습이 갇혀있었다는 걸 깨달았고, 앞으로는 누군가에 의해 나를 감금하지 않고 좀 더 나다워지려고 한다.


   어릴 적 나의 꿈은 무궁무진했다. TV에서 방영해 주던 만화나 읽은 책에서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곤 했다. 내가 어린 시절에 가졌던 수많은 꿈들은 내가 읽고 경험했던 모든 순간들을 통해 피어났다. 엄마와 아빠는 내가 동시통역관이 되거나 약사가 되어 돈을 잘 벌기를 바랬지만 그건 내 취향은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읽은 책과 즐겨보던 만화에는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위인전에서 나이팅게일의 일화를 재미있게 읽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멋진 백의의 천사 간호사가 되고 싶었다. 또 빨강머리 앤을 보고는 대학에 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길버트의 무례한 말에 화냈던 빨강머리 앤처럼 부당한 것들을 참지 않고 말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중학교 3학년 때 한 남학생이 연극하는 모습을 보고 반해서 연기자에 관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 생각은 유리가면이라는 만화를 보고 직접 연극부 활동을 하며 더 선명해졌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뮤지컬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사실 어릴 때 꾸었던 꿈 중에는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보다는 비현실적인 꿈이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소공녀를 보면서 진짜 나의 부모가 어딘가에 따로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V를 보면서 사실은 내 부모님이 이미 외계인으로 바뀐 건지도 모른다고 눈치를 보기도 했다. 디즈니 작품인 인어공주를 보면서는 나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지 않을 거야. 거품이 되느니 왕자를 칼로 찌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어린 시절로부터는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매일 새로운 꿈을 꾼다. 직업이나 하고 싶은 일에 관한 것도 있지만 핵심은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위한 꿈이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어떤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야 좀 더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게 될까 하는 꿈들이다. 누군가 듣기엔 너는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 아닌데 너무 거창한 거 아니냐고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의 트레버처럼 작은 나의 태도 변화 하나로 세상이 조금이나마 달라진다고 믿고 있기에, 앞으로도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아닌 타인을 더 이해할 수 있도록 좀 더 배우고 좀 더 시각을 확장하려고 한다. 결국 나에게만 좋은 사람이 아니라 최대한 내가 아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게 내 꿈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삶에 정답 같은 건 없는 것 같다. 엄청나게 커다란 행복도 지독한 절망도 자신의 일일 때 가장 크게 느껴진다. 그런 큰 경험들은 삶에 흔적을 남기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시간이 지나가면 희석되기도 한다. 지금의 이 시간들이 지나가고 나면 나는 또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또 조금씩은 나은 업그레이드 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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