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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Sep 21. 2022

존재만으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이란 아무런 조건 없이 존재만으로 나를 사랑해 주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그 말을 듣고 왠지 울컥 눈물이 났다. 이제껏 그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다 못해 부모님께로부터도.

    

   심각한 아토피를 가지고 태어나 엄마의 잔소리와 걱정을 샀던 나는 자라는 내내 나 때문에 고생한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 이야기는 엄마가 힘들다는 표현이 아닌 나의 태어남에 대한 비난처럼 느껴졌다.

   

   '넌 애가 왜 그러니? 지나가는 사람 100명한테 물어봐라. 너 같은 애가 또 있나. 없을 거다.' 나는 항상 비뚤어지고 잘못되고 어딘가 이상한 아이로 취급받았다. 결국 나는 부모님의 특별한 조건에 맞추어진 아이가 되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사랑을 얻기 위해 나름대로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엄마의 높은 기준을 충족시킬 순 없었다. 게다가 내게는 나보다 잘난 형제자매가 이미 있었다. 존재만으로도 귀한 아들과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막내 여동생. 그 사이에서 나는 언제나 엄마를 힘들게만 하는, 굳이 필요 없는 아이였다.

   

   돌아보니 받고 싶었던 사랑 대신에 반대로 나는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는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며 평생을 살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를 원했던 것이 아닐까. 이제야 내가 아이를 갖고 싶은 이유가 사실은 사랑받고 싶어서였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존재 자체로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내가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 사랑까지 모두 담아 그저 존재 자체로 내 아이를 열렬히 사랑해 주고 싶어서. 내게는 언제쯤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까. 그저 그때를 여전히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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