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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Nov 03. 2022

두 얼굴의 부동산

결혼 전 이미 오랜 시간 자취를 해 왔기에 집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를 알고 있었다. 신랑이 안 쓰고 모아둔 10년 치의 월급으로 작은 아파트에서 첫 신혼생활이 시작되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곰팡이와 난방 등 각종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사를 가려던 차, 갑작스럽게 집주인이 돌아가셨다. 미처 상속에 대한 부분이 정리되지 않았고, 우리는 상속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1년 가까이 더 기다려야 했다. 법적 구제 절차를 의뢰하고 나서야 겨우 그 집에서 이사할 수 있었다.

   

   이사 시기를 놓쳐 집값은 예전보다 1.5배 이상 올랐고, 우리가 가진 금액으로는 도저히 갈 곳이 없었다. 몇 군데 이사 갈 집을 보러 다니던 중,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물이 나온 것을 발견했다. 이전에도 거래했던 좋은 부동산 사장님과 은행의 도움으로 두 번째 신혼집을 얻을 수 있었다.

   

   가계약을 하고 이사 준비를 시작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살던 집, 우리가 이사 갈 집, 이사 갈 집의 집주인이 이사하는 일 세 가지가 맞물려 이삿날 당일은 혼이 날아갈 지경이었다. 오전에 이삿짐을 빼고, 남은 세금을 정리하고 살던 집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또 점심 즈음에는 이사 갈 집의 임대계약이 진행되었다. 강아지와 함께 살기에 흡음재를 설치해도 되는지 집주인에게 질문했고, 주인분은 편하게 살라고 하셨다. 빠르게 잔금을 치른 후 임대차 계약이 마무리되었다.

   

   새로 이사한 집에 가야 해서 갈 길이 먼 집주인이 먼저 출발하겠다고 했고 집주인 쪽을 대리한 부동산에서는 정중하게 인사했다. 복비까지 모두 지불하고 우리도 오후에 짐이 들어오기로 해서 나오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큰 목소리로 우리에게 호통을 쳤다.


  "집은 들어갈 때 그대로 해 놓고 다시 나와야지. 달라진 게 하나라도 있으면 가만 안 둘 거야!!"

     

   방금 전까지 세상 사람 좋고 친절했던 집주인 쪽 부동산 대리인이었다. 그는 완전히 정색한 표정으로 우리를 향해 험악한 표정으로 인상을 쓰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심지어 그 자리에는 이사를 지켜보시려고 찾아온 일흔이 다 되신 시부모님도 계셨다.

   

   집주인이 나가자마자 돌변하는 그의 이중적인 태도가 몹시 당황스러웠다. 아까는 세상 살가운 척하더니, 집주인이 가자마자 임차인을 함부로 대하는 그 사람의 말도 안 되는 태도에 기가 막혔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돈으로 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열아홉 살 이후부터 결혼 전까지 스무 번에 가까운 이사를 다녔다. 그렇게 이사를 다니는 동안 스무 개가 훨씬 넘는 부동산을 만났다. 대부분의 공인중개사 분들은 친절하고 좋은 분들이셨지만, 반대로 사람을 경제논리로만 보고 임차인을 차별하고 함부로 대하는 공인중개사도 많이 만났다.


   사람이 사람답다는 것은 다른 것에 있지 않다. 그 사람의 지위 고하나 가진 것, 외모, 인종 등에 휘둘리지 않고, 한 사람을 오롯이 소중한 한 생명의 가치로 대할 줄 아는 것이 진짜 사람다운 삶일 것이다.

   

   계속해서 일어나는 무수한 산업재해 사고와 인간이 만들어 낸 참사들. 그 수많은 안타까운 죽음들 앞에 날 선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본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한 생명을 생각하는 가치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그만큼 망가져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가치가 돈보다 평가절하되는 물질 만능주의 사회, 애초에 소득이 없으면 국가 수준으로도 평가하지 않는 사회. 잘 사는 나라들에서 일으키는 환경오염의 대가를 개발도상국에서 감내해야 하는 아이러니까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인간 역시 오염된 지구와 함께 멸종하게 될 수도 있다고 환경학자들은 경고한다. 돌이키기에 너무 늦지 않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금부터라도 한 생명의 가치를 오롯이 존중하는 사회로 변화해나갈 수 있도록 나부터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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