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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대신 워워워?

by Pearl K

한동안 꽤 유행하고 회자되었던 말이 워라밸이다.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Work Life Balance를 줄여서 만든 말이다. 말 그대로 일하는 시간과 개인의 삶의 시간을 적절하게 분배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 역시 워라밸이 보장된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몹시 부러워했다. 이러한 효율적인 시간 배분이 한 사람의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한동안 워라밸을 맞추고 유지하는데 삶의 목표와 방향을 두기도 했다.


마침 노동계에서 제안한 주 52시간 근무 제한이나 유연근무제 등은 그러한 흐름을 가속화하기도 했다. 드디어 한국의 직장인에게도 일명 저녁이 있는 삶이 실현 가능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기업은 직원들의 워라밸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많이 일하고 적게 지급하기 위해 포괄임금제를 시행했다. 일하는 사람은 적게 일하고 많이 받고자 하는 근원적 가치의 충돌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받는 합리적 태도를 월급 루팡이라 폄훼하더니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켜 인상률을 맞추고, 수당은 삭제하였다. 덕분에 실수령액은 오히려 줄어드는 효과를 낳았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의식주에서 시작한다. 집값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인상된 집값을 한 번 경험한 집주인들은 하락한 가격으로는 도저히 세입자를 구하거나 매매를 할 생각이 없다. 금리는 하늘 높은 줄도 모르고 올라 대부분 은행 대출을 끼고 전세나 매매를 구한 이들은 계약이 만료되는 2년 뒤가 두렵다. 두 채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한 정책도 실행률이 낮다.

그야말로 워라밸을 찾으려다가는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조차 불안해진 사회에서 직장인들은 워라밸 대신 워워워를 택할 수밖에 없는 함정에 빠졌다. Work Work Work 일하고 일하면서 또 일해야 하는 삶. 자신답게 살 기회조차 없이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일로 가득 찬 인생을 울며 겨자 먹기로 버텨내야 하는 거다.


세상이 점점 더 각박해져 간다고 한다지만, 부드러운 마음은 무엇보다 삶의 여유에서 나온다. 각자도생 하기도 바쁜 시대에 워라밸을 찾기는커녕 여유라는 단어조차도 낯설어진 사람들. 결국 그들이 내는 고통의 소리가 각박한 사회 분위기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워워워가 아닌 워라밸을 되찾고 싶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일하는 이유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누리고 싶기 때문이니까. 그래야 일의 보람도 더욱 느낄 수 있으니까. 가장 중요한 것들과 그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그렇게 삶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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