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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Dec 26. 2022

나에게도 좋은 사람

애니어그램 2번 유형. 타인에게 잘해주면서 선행이 나에 관한 관심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람. 그래서일까 항상 나는 먼저 이렇게 하는데 왜 저 사람은 그렇게 안 해주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미워질 만큼. 어쩌면 항상 외로웠던 가장 큰 이유는 그게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나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다른 사람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타인에게 사랑받기를 기대하기 전에 내가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해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항상 부족하고 한참 모자란 사람이라고 쉽게 자신을 평가절하 했었다. 가족 안에서부터 가장 못난이 취급을 받던 나는 타인의 이유 없는 칭찬에 언제나 온몸이 간질간질해졌다. 칭찬을 좋아하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 저 사람이 설명하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는 생각에 누군가 나를 칭찬하면 거짓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자존감이 높고 성격이 활달했던 만큼 부산스러운 나를 통제하기 쉽지 않았던 주 양육자께서는 각종 언어들로 어떻게든 나를 통제하려고 하셨고, 나는 그 통제하는 말들 때문에 자신을 잃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게 언제나 중요한 것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칭찬과 인정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나를 챙기지 않는 나와 타인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나가 합쳐지니 죽을 만큼 괴로워졌다. 자신에게 가장 잔인하고 가혹했던 건 나였다.


   2020년부터 2022년 초까지 굵직굵직한 생의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나는 나 자신을 좀 더 아껴주기로 했다. 타인의 어떠함에 맞추어 좋은 사람이라는 칭찬과 인정을 듣기보다는 나 자신의 욕구를 좀 더 헤아려 주기로 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에서 나에게도 좋은 사람으로 나의 목표는 바뀌었다. 올 한 해 동안 열심히 맡은 일도 감당하고, 남편에게도 잘하려고 노력했지만, 무엇보다 나를 아껴주려고 노력했던 것을 셀프 칭찬하고 싶다.


   “널 사랑해. 넌 아직도 사랑받을 만해_윤종신, 나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타인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지만 이제라도 그렇게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2023년에도 완벽함을 쫓아 자신을 채찍질하기보다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야 나는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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