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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Feb 06. 2023

개학의 풍경

이른 아침, 방학 내내 잠들어있던 학교 건물 이곳저곳에는 불이 켜지고, 텅 비어있던 주차장에도 순서대로 빼곡하게 차들이 들어찬다. 등교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한가롭던 등굣길에서는 재잘재잘 말소리가 들린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학생들이 저마다 반가운 표정으로 친구들을 맞이한다. 그동안 한가롭던 학교 앞 편의점도 때아닌 호황을 맞이했다.


   각 층의 구석구석마다 채워진 학생들의 말소리와 발소리가 가득해지면 차갑던 학교에는 다시 온기가 돌고 비로소 학교는 살아있는 공간이 된다. 그렇게 생기를 잔뜩 머금고 활짝 피어나는 마음들이 있어 또 하루를 살아낼 에너지가 충전된다. 학교의 가장 안쪽 구석에 있는 공간, 도서관에도 어김없이 개학이 찾아왔다.


   개학하자마자 머쓱한 얼굴로 찾아와 방학 동안 반납하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도서를 내미는 아이. 한 달이 넘게 도서를 연체했지만 굳이 혼내지 않는다. 오히려 잊지 않고 반납했으니 잘했다는 칭찬 한마디를 빈정대지 않고 건넨다. 대신 다음부터는 늦지 않게 제시간에 맞추어 제출해 달라는 부탁을 거기에 한 번 더 얹는다. 아이는 네~ 하고 교실로 돌아갔다.


   처음에는 도서관에서 칼 각으로 도서를 정리하는 것이나 도서 반납을 제때 하는지에 엄청나게 신경을 썼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진짜 중요한 건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도록 하는 것. 책을 친밀하게 느끼고 책을 가깝게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 이틀 도서를 연체했다고 일일이 혼을 낼 필요는 없다. 그건 도서관을 싫어하게 만드는 빠른 길 중 하나다. 도서 훼손이나 파손, 낙서 금지 등 기본예절에 해당하는 부분은 교육해야 하지만 책을 연체한다고 혼내는 시절은 이미 예전에 지나간 것 같다. 물론, 다른 아이들이 전혀 이용 못 하게 될 정도로 100일 이상씩 연체하는 건 당연히 지도해야 하지만 말이다.


   오늘부터 3일간 아이들은 학교에 등교한다. 오전수업을 하면서 생활기록부에 채울 활동들을 추가하기도 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 시기에 생활기록부에 추기할 수 있는 건 대부분 독후감상문을 근거로 한 독서 활동이나 봉사활동 확인서를 근거로 한 방학 중의 봉사활동 정도다.


   3일째는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종업식과 3년간의 학교생활을 마무리하는 졸업식이 있을 예정이다. 이미 졸업식 준비는 방학 전부터 시작되었지만 막바지 마무리 준비로 학교는 보이지 않게 분주한 상태다. 졸업식 순서지와 수상자 명단, 영상과 방송까지 점검할 것이 아주 많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반복되는 확인은 필수다.


   게다가 이번 졸업식은 코로나 이후 3년 만의 오프라인 졸업식이다. 코로나 이전처럼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와서 직접 자녀들의 졸업을 축하할 수 있게 되었다. 체육관에 다 같이 모여 졸업식을 한다는 것이 뭔가 낯설기도 하고 익숙한 느낌이 들기도 할 것 같다. 3년 동안 코로나로 이렇다 할 행사를 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졸업식만은 제대로 치를 수 있어 다행이다.


   3일간의 개학과 종업, 졸업이 끝나고 나면 학교는 봄방학 기간을 맞이하여 다시 잠깐 잠들어있을 예정이다. 하지만 3월에 찾아올 봄의 새 학기를 위한 새로운 기지개를 준비하며 남은 2월을 깔끔한 정리와 기분 좋은 마무리, 설레는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며 알차게 보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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