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결심한 후 가장 고민이 되었던 부분은 이삿짐을 빼고 난 후, 새로 이사 갈 집의 공사를 하는 동안 어디서 지낼지였다.
처음에는 당연히 숙박시설을 알아보았는데 하나하나 체크할수록 늘어가는 이사 부대비용 때문에, 아무리 꼼꼼히 절약해도 계산기 속의 숫자는 커져만 갔다. 거기에 공사 일정을 길게 잡을수록 추가되는 금액이 많아지니 숙소에 들어갈 돈도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찾은 대안은 주말 동안 1시간 거리에 있는 시댁에서 묵고 출근해야 하는 날만 숙소를 얻거나, 친한 지인들의 집에 하루씩 신세를 지는 방법이었다. 미리 시부모님께도 부탁을 드리고, 지인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가능한지 물어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삿날이 가까워질수록 세세하게 집 단장과 공사를 챙기려면, 거리가 가까운 편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인들에게 신세를 지는 것도 혹시나 부담이 될까 봐 사과를 하고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결국공사기간을 최소한으로 단축하여 짝꿍과 함께 집 근처를 자주 오갈 수 있고, 출근이 가능한 거리에 숙소를 구하기로 했다.
그렇게 뜻밖의 호캉스가 시작되었다. 어제는 짐정리로 새벽 2시가 넘어서 잠들었는데 오늘 아침 6시도 되기 전에 일어나 이사와 계약, 그 외의 수많은 선택과 결정이 필요한 일들로 종일 분주했다. 지칠 대로 지쳐 조금 전에야 숙소에 들어왔는데 정말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손가락 하나 들 힘도 없었는데, 잠시 눈을 붙이고 나서 늦게나마 식사다운 식사를 하고 나니 이제야 조금 살 것 같다. 익숙한 곳에 새로 생긴 호텔이라 모르는 곳보다는 마음도 편하고, 시설이 꽤 깔끔해서 괜히 설레기까지 한다.
맘 편히 관광이나 여행을 온 것도 아니고, 며칠간 공사를 하느라 바쁘게 이사 갈 집을 왔다 갔다 해야 할 일뿐이지만 이 뜻밖의 호캉스 기간이 싫지 않을 것 같다. 우리 봉봉이도 푸릇푸릇 잔디밭 펼쳐진 강아지만의 호텔에서 신나게 놀고 있어서 다행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세세하고 디테일한 셋업들과 대망의 입주, 이삿짐 정리가 잔뜩 남아있지만 이번 호캉스를 편안히 즐겨봐야겠다.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