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만났죠

by Pearl K

그 남자와 그 여자가 처음 만난 것은 8년 전 오늘이었다. 약속 장소를 향해 걸어가는 발걸음엔 긴장과 함께 왠지 모를 낯선 설렘이 배어 있었다.


지하철 역 9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던 자그마한 카페의 문이 열리며 챠라랑 하는 맑은 소리가 울렸다. 두 사람은 커피 한 잔에 두 시간이 넘는 긴 대화를 나누었다.

왠지 배가 고파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허둥지둥 인사를 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했었다. 왠지 특이하다고 생각한 첫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기 끊이지 않던 첫 만남의 그날로부터 꼬박 8년의 시간이 지났다.

두 사람은 2개월의 탐색기와 10개월의 연애 후에 결혼했고, 소소할 수도 힘들 수도 있던 여러 번의 삶의 굴곡을 지나 더욱 단단해졌다. 지금은 둘만의 작은 집에서 왕티즈 봉봉이와 함께 하루하루 여전히 서로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다.


8년 전의 첫 만남을 기념하며 그녀는 오늘 특별한 저녁 메뉴를 준비하기기로 했다. 그가 그녀에게 루프탑 Bar에 올라가 프러포즈를 하던 날, 떨리는 마음을 티 내지 않으려고 애써 담담한 척 주문하느라 노력했던 그 메뉴 '바질페스토'


사실 그녀는 코로나 전, 이탈리안 요리 클래스에 잠깐 다녔던 적이 있다. 그곳에서 바질페스토 만드는 법을 배웠었는데, 위에 좋은 양배추를 듬뿍 넣어 만들었더니 건강에도 좋은 요리가 되었더랬다. 요즘 위 건강도 좋지 않고 밀가루 섭취도 줄이기 위해 그 기억을 소환하여 같은 방식의 레시피를 택하기로 했다.


미리 올리브유, 소금, 후추에 담가 비린내를 제거한 새우, 양배추 1/4통, 바질, 올리브유, 다진 마늘, 소금, 파스타면만 있으면 준비 끝이다. 마무리는 빠지면 아쉬운 퍄마샨 치즈. 저녁식사로 그녀가 요리한 추억이 담긴 메뉴를 먹은 그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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