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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Sep 11. 2023

색색의 빛깔들

9월은 독서의 이다. 책에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라면 잘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1년이 12달이나 되는데 그중에 9월이 특별히 독서의 달로 지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꽤나 당황스러운 이유가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기로 유명하다. 봄은 따스하고 여름은 덥고 가을은 하늘이 높고 맑으며 겨울은 춥다. 뚜렷한 사계절 중에서도 가장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은 바로 가을이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 그야말로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아름답고 풍성한 계절. 단풍이 물드는 산과 들이 너무 아름답다 보니 바깥 풍경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눈이 바쁘다.


   그래서인지 1년간 연간 도서 판매량의 통계를 내보니 9월과 10월의 도서 판매 부수가 처참한 수준이었다고. 출판계에서는 이 상황을 타개할 대책을 세운 것이 가을을 독서의 달로 지정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게 된 것이었다고 한다. 마케팅은 성공적이어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가을을 독서하기 좋은 계절로 기억하고 있다.


   덕분에 가을이 되면 도서관은 몹시 바쁘다. 독서의 달을 기념하여 다양한 행사를 구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독서의 달 행사는 학생들이 읽은 책 중에서 친구들에게 직접 추천글을 쓰는 활동, 선생님이나 선후배와 함께 일대일로 짝을 지어 서로에게 책을 추천해 주는 활동, 마지막으로 책 속장면의 컬러링을 채색하여 완성하는 활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막상 컬러링을 진행하려다 보니 지난번에 사용하고 관리를 못해서 색연필 끝이 모두 뭉툭하게 닳아 있었다. 나이 어린 친구들이 채색을 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무작정 다 칠하고 본다면 요즘 중학생들은 미적 감각이 뛰어난 건지 명암까지 아주 멋지게 넣는다.


   명암을 표현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색연필로 얼마만큼 세밀하게 색상을 표현할 수 있는가 하는 거다. 끝이 다 닳아버린 뭉툭한 색연필로는 원하는 느낌을 내기가 힘들 거 같아서 다른 교무실에서 연필꺆이를 빌려와서 색연필을 깎아주기로 했다.


  현재 도서관에서 소장 중인 고급 색연필 24색짜리는 모두 10세트. 컬러링을 진행할 그림은 8점. 한 점당 1세트씩만 제공한다고 해도 총 192개의 색연필을 깎아야 한다. 그쯤이야 하고 호기롭게 던졌는데 갈수록 손이 아프니 당장이라도 그만 깎아야 하나 고민이 된다.


   지금까지 여섯 세트의 색연필을 깎았고 지금은 일곱 번째 세트를 작업하는 중이다. 손가락이 자꾸만 욱신거리고 꺾인 손목이 아프다고 비명을 질러대지만, 학생들이 즐겁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남은 색연필까지 열심히 깎아봐야겠다. 중요한 건 꺾여도 계속하는 마음이니까.


   색연필 틴 케이스를 가득 채우고 있는 스물네 개의 색깔처럼 아이들의 각각의 모양이 다르고 꿈도 다르지만, 독서의 달에 도서관에서 진행했던 즐거운 기억은 행복하게 남아 평생 책과 도서관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마음을 얻어갔으면 좋겠다.


   이제 마지막 한 세트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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