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세차게 오더니
금세 날이 캄캄해졌다.
산책을 못 나가 우울한 지
현관 앞에 쭈그리고 앉아
멍하니 잔뜩 흐린 하늘을 올려다본다.
코를 킁킁대며 비 냄새를 맡다가는
이내 실망한 듯 고개를 돌린다.
"어디 갔어 우리 강아지! 이리 와~"
하고 이름을 불렀더니,
터덜터덜 걸어와 한번 쳐다보고는
자기 집으로 삼은 쿠션 위에 올라가
몸을 공처럼 말고 잠을 청한다.
열어둔 문이 신경 쓰이는지
작은 소리가 날 때마다
쫑긋 하고 귀를 세우는 강아지
쏴~ 하는 빗소리에 섞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한 번씩 들린다.
똑. 똑. 똑. 똑.
막 잠이 들려던 강아지는
누군가 문을 두드리나 싶어
황급히 현관으로 달려 나가 보지만,
여기저기 코를 대봐도
사람 냄새라고는 전혀 나지 않는다.
누나의 '귀여워' 웃음소리에
빗소리에 또 속았구나 생각하며
다시 돌아와 이번에야말로
편안한 자세로 꿈속에 빠진다.
잘 자라, 내 강아지.
편안하고 깊은 잠자렴.
ps: 근데 횽아 언제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