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적게는 세 번, 많게는 네 번 정도 매일 퇴근 후 병원에 들른다. 선천적으로 아토피안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사춘기 때 극심했다가 다 자라고 나서는 스테로이드를 끊고 관리하면서 좋아졌었다. 7~8년 전 사무실 리모델링 직후 새집증후군이 생겨 상태가 극단적으로 치달았을 때 만났던 피부과가 먼저다.
흔히 쉽게 쓰는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심한 편이어서 사용하지 않고 완전히 끊었다. 대체 치료법인 항히스타민제와 1년 반의 광선치료로 심각했던 증상들이 많이 개선되었었다. 그때는 주 3회씩 피부과에 갔었는데 지금은 환절기나 한여름, 한겨울 등 증상이 심각해질 때만 종종 간다. 대신 피부장벽을 회복시켜 주는 처방 보습제를 상시로 사용한다.
두 번째로 자주 다니는 곳은 안과다. 코로나 전에 양쪽 눈에 노안 백내장이 와서 차례로 수술한 다음부터 지나치게 피로하거나 건강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눈에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눈에 다래끼가 나는 건 익숙한 일이고, 심해지면 헤르페스가 생기기도 하고, 안구건조가 심해 인공눈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엔 안압이 자꾸만 높아져서 두려움에 떨었는데, 눈 내부에 염증이 종종 생겨서 안압이 오르고, 오른 안압이 시신경을 늘어나게 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눈은 마음의 등불이라고 해서 최대한 안전하게 관리하려고 많이 애쓰고 있다.
세 번째로 자주 다니는 곳은 정형외과다. 남들은 조용하고 고요하고 고고하게 앉아있는다고 생각하지만, 하는 일의 특성상 건설 현장에 준하는 노가다 작업이 일상이다. 기본적으로 매일 도서정리를 하고, 1년에 3~4번 신간도서 구입하는 양만 최소 2,000여 권인데 이 책들을 한 번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들었다 놓았다 움직였다를 권당 평균 7~8회 이상씩은 하는 것 같다. 평균 14,000번에서 16,000번 정도 도서를 이동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1~2년에 한 번은 전체 장서를 점검하고 서가를 재정리해야 하는데 요즘 학교 도서관의 평균 소장 도서량은 최소 18,000권에서 최대 26,000권으로 상상을 초월한다. 도서부 학생들과 학부모 도우미분들의 지원을 받더라도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하기에 어깨와 팔이 남아나지 않는 것은 물론, 경력이 쌓일수록 점점 허리와 다리도 성한 곳이 없다.
나 역시 이미 20여 년째 만성이 된 손목 터널증후군은 물론, 어깨 회전근 통증과 승모근 통증, 일자목 등의 증상에 시달린 것이 오래되었다. 몇 년 전 양다리가 번갈아 가며 다친 이후로는 근육이 다 빠져서 척추의 추간판탈출증(디스크) 증상이 심각해졌고, 전방 전위증상으로 빠져나온 뼈가 신경을 눌러 저릿한 통증이 허리부터 대퇴골, 발목까지 느껴진 것이 10개월이나 되었다. 뒤늦게 통증을 막으려 신경 주사를 처방받긴 했는데 앞으로도 꾸준힌 도수치료와 물리치료가 필수인 상태다.
피부과, 안과, 정형외과를 모두 클리어했다면 그다음은 호흡기 내과에 들른다. 아토피와 전신 알레르기를 타고났으나 천식은 없었는데, 2014년 미세먼지 과다 흡입 후 천식이 발병했고, 좀 나아지는 듯하다가 2020년 11월 미세먼지로 천식이 재발하여 한동안 스프레이 없이는 외출이 힘들었다. 다행히 올해 완치 판정을 받아 사용하던 스프레이는 숨이 잘 안 쉬어지는 순간에만 사용하도록 안내받았다. 매번 숨이 잘 안 쉬어져서 힘들었는데 완치 판정이 나와서 다행이다. 다시 미세먼지를 흡입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제일 중요할 것 같다.
이외에도 만성비염 치료를 위한 이비인후과 정기내원, 역류성 식도염과 위와 장의 염증 및 궤양 증상을 해결하기 위한 소화기내과, 2015년 진단받은 담석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방문하는 간담췌 내과, 정기적인 스케일링 및 치아브리지 관리를 위한 치과, 지끈거리는 편두통의 지속으로 방문하게 되었던 신경외과 등 병원 투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병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단지 증상 놀이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하는데, 나도 차라리 증상 놀이였으면 좋겠다. 몸이 아파서 고통받는 사람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큰 결심을 했다. 지긋지긋한 병원 투어와 약 복용 대신 내 몸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약 없이도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바로 건강한 식사와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일이다. 강의 시작까지는 2주 정도가 남았는데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매일 두근거리는 중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속담이 있다. 일단 몸이 건강해지고 가뿐해지면 나의 감정도 생각도 더 명확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변화의 시작이 될 그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