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강아지 봉봉이는 1년에 두 번, 전신미용을 한다. 나와 가족이 되었을 때 모든 예방주사를 다 맞고 난 후 첫 배냇 미용을 한 뒤로 매년 두 번씩 여름과 겨울에 계속해서 미용을 해왔다. 다른 강아지들과는 달리 몰티즈의 털은 아래로 늘어지는 모질이어서 비숑처럼 둥근 헬멧 모양도, 포메라니안처럼 곰돌이 컷도 할 수 없어서 가끔 속상하기도 하다.
정기적인 미용을 해 주는 이유는 봉봉이의 털이 아래로 늘어지는 모질을 타고나긴 했지만, 아주 조금의 곱슬기가 섞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반의, 반의, 반 곱슬이라고나 할까. 문제는 그 약간의 곱슬기 때문에 일정한 길이 이상 길어지면 엉키기 시작한다는 거다. 엉킴을 해결하는 방법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털을 빗겨주고, 옷을 입히지 않는 게 가장 좋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조금만 날이 차가워져도 봉봉이가 배탈이 나서 설사를 하기 때문이다. 배탈이 나지 않게 하려면 옷을 입힐 수밖에 없다. 또 옷을 입혀 놓으면 매일 아침저녁으로 빗질할 때마다 옷을 벗겼다가 털을 빗겨주고 다시 입혀야 하는데, 몸의 변화에 꽤 민감한 편인 봉봉이는 그렇게 하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고 아파한다. 단호하게 해야 하는 건 아는데 너무 예뻐해서일까 변명이겠지만 마음처럼 잘되지 않는다.
갓 미용한 봉봉이에게서는 세상 무해한 아기 같은 파우더 냄새가 나서 너무 좋다. 반대로 미용하고 나면 봉봉이는 한동안 우울모드에 빠진다. 우울한 기간은 보통 2주에서 길게는 3주까지 가고, 털이 다시 길기 시작하면 점차 사라진다. 자신의 털이 짧다는 것과 짧아진 털로 발톱이 바닥에 탁탁 부딪히는 소리를 잘 견디지 못해 실수를 하기도 하고, 스스로 굉장히 당황스러워한다. 두꺼운 옷을 입다가 얇고 몸이 다 드러나는 옷을 입으면 민망해지는 것 같은 원리인 건가.
털이 짧게 잘리면 봉봉이는 미소 짓는 횟수도 줄어든다. 행복할수록 더 많이 웃는데 봉봉이가 찐 미소를 짓는 빈도는 털이 길어지는 시간에 비례한다. 털이 풍성하면 풍성할수록 봉봉이는 더 해맑고 세상 환하게 웃어준다. 짧아진 털 때문에 못생겨졌다고 생각하나 싶어서, 미용하고 털이 다시 길어지기 전까지는 “우리 봉봉이 너무 예쁘다.” 하는 칭찬을 자주 해 주는 편이다. 이건 내 생각이지만 자꾸 칭찬해 주면 잔뜩 굳었던 표정이 조금은 풀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틀 전, 너무 추워지기 전에 엉킨 털도 해결할 겸 봉봉이는 전신미용을 받았다. 한동안 우울해하겠지만 다시 환하게 웃어줄 날을 기다리면서, 사라져 버린 털을 대신할 따뜻한 양털 느낌의 옷을 입혀줘야지. 신기하게도 내가 낳은 것도 아닌데 닮지 말았으면 하는 부분만 잔뜩 닮아버린 사랑스러운 내 강아지. 어떤 모습이든 우리 강아지는 너무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우니까 오래 우울해하지 마. 내일 비 그치면 누나랑 꼭! 같이 산책 가자. 지금도 앞발을 열심히 까딱까딱하며 꿈에서도 달리기 하느라 바쁜 내 강아지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