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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Dec 09. 2023

감기에 걸린 이유

유난히 혹독했던 한 주가 그나마 무사히 잘 끝났다. 지난주부터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 탓에, 근무하는 공간이 너무 추워졌다. 


   도서관이라는 특성상 넓은 곳에 혼자 근무하다 보니 사람의 온기가 없어서 아무리 난방을 틀어도 따뜻해지는데 꼬박 반나절이 걸린다. 지금 근무하는 곳에는 오래된 스탠드형 난방기가 두 대 있었다. 그나마 원래 있던 난방기 한 대가 고장 나 남은 한대로 겨울을 버텨야 한다. 


   보통은 넓은 공간이면 천정형 난방기가 두어 대 설치되어 전체를 따뜻하게 하는데, 한 대로는 교실 두 칸 정도의 공간을 데우기에는 부족하다. 며칠 동안 장갑이 필요할 정도로 손이 얼었고, 패딩을 입어도 다리가 너무 추웠다. 벌써부터 이렇게 추운데 남은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코로나 기간 중 유일하게 도움이 되었던 건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녀 찬바람이 덜 들어와서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는 거다. 사실 그때 근무하던 환경은 이제까지 일했던 어떤 도서관보다도 따뜻했다. 개별 사서실에 개별난방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학교도서관의 환경은 다르다. 아무리 난방이 있어도 일하는 사람이 한 명이기 때문에 넓은 공간을 덥히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변명 같지만 그런 이유로 감기에 걸렸다. 주일 밤부터 열이 꽤 올랐었는데 다음날은 다시 정상체온이 되어서 괜찮은 줄 알았다. 몸이 으슬으슬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증상이 계속되면서 화요일 오후쯤에는 앉아있기도 힘든 몸상태가 되었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아팠다. 


   너무 바쁜 시즌이라 급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참고 또 참았는데 미련한 짓이었다. 아무도 뭐라고 한 사람은 없지만 괜한 서러움에 괴롭기만 했다. 결국 눈물이 주룩주룩 흐를 때가 되어서야 간신히 30분 일찍 조퇴해서 병원에 갔다. 진료를 받고 약도 꾸준히 먹으니 나아질 줄 알았는데, 하루는 괜찮은 것 같더니 다시 머리가 지끈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협력수업이 예정되어 있어 아파도 아플 수가 없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목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수업은 해야 하는데, 목은 침을 삼키기도 힘들 정도로 아팠다. 어찌어찌 오늘까지 해서 모든 수업이 잘 마무리되었다. 진짜 잘 해내고 싶었는데 몸 상태로 인해 생각한 만큼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게 속상하다. 


   수업이 다 끝나고 나서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금방이라도 온몸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집에 오는 길, 사고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오는 내내 남편과 통화하며 멀어지려는 정신을 붙잡았다. 그렇게 도착하자마자 침대 위에 쓰러졌다. 오자마자 미동도 없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봉봉이가 침대 곁에서 안절부절못하는 게 느껴지는데도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났더니 시간이 어느새 11시가 넘었다. 오늘이야말로 슈퍼패스를 써야지 했다가 기록으로나마 남겨두려고 주저리주저리 써 본다. 아직 할 일이 너무 많이 남았고, 건강관리를 잘하겠다고 했는데 완전 실패다. 주말에 기운 회복 해서 다음 주에는 상태가 좀 나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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