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일어난 아침
눈 비비고 보니
♡톡 위로 눈이 내린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고장 난 이곳저곳을 수리하러 가는 길,
바깥에도 눈이 내렸다.
아침 출근길 짝꿍에게
우산 챙겨가라 잔소리하고는
정작 나는 우산 없이 눈을 맞는다.
온통 하얗게 변한 길 위에 서서
우산 대신 후드를 뒤집어쓰고
하룻밤 사이 변해버린 풍경을 둘러본다.
눈길 위를 자박자박 걸어
집에 돌아오는 길
행여 미끄러질까 발끝만 보았다가
여기저기 지붕마다 하얗게 쌓이는
폭신폭신한 눈송이에
얼어붙었던 심장이 뜨끈하게 데워진다.
포근한 눈이 덮인 거리마다
지친 사람들, 괴로웠던 마음들이
하얀 눈과 함께 녹아내리길.
따스한 눈으로 만들어진
솜이불 폭 덮고
평화롭게 잠드는 그런 밤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