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트우먼 Jul 19. 2022

시작을 준비하는 준비

4 식구의 애틋함

 


 


 며칠 뒤면 남편과 9년 만에 다시 주말부부를 하게 된다. 9년 전에 남편이 먼저 울산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어 주말부부를 시작했을땐 결혼하고 2년도 안돼서  떨어져 있다 보니 늘 그리움의 연속이었다. 당시 첫째가 뱃속에 있어서 임신 호르몬의 영향인지도 모르겠지만 옆에 누가 없다는 외로움이 한번 찾아올 때 강하고 오래 내 마음을 후볐었다. 다행히도 부모님이 가까이 계셨고 가족들, 친구들과 지내는 시간으로 외로움을 달랬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 둘이 옆에 있다.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정신없이 혼자 육아를 감당해내야 하는 시간이 다른 형태또 마음을 후비겠지! 경험이 있는 주말 부부이지만 한층 업그레이드된 미션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남편은 곧 헤어질 아이들에게 갑자기 친절해지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놀이를 온몸으로 같이 해주려 하면서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듯했다. 있을 때 잘하지! 쳇'. 아내인 나와도 시간을 잘 보내려 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러 식당에 가보고 몇 년 만에 둘이서만 영화도 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시간도 그렇지만 내용도 귀했다. 상대를 생각해주는 서로를 향한 마음이 득한 시간이었다.

마치 9년 전처럼.


  그렇게 남편은 마지막 분리수거까지 해주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아빠와 헤어지는 순간에 아이들은 지난번 남편이 면접을 보러 갈 때처럼 며칠 있다가 올 것 같았는지 담담해했고, 나는 전날 살짝 말다툼한 게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아, 눈물이 나면 안 되는데...' 남편도 내 눈을 보더니 시선을 거뒀고 애써 담담하듯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가는 기차에서 남편은 입으로 전하지 못한 말들을 톡으로 보냈고 나도 답장했다. '왜 우리는 오글거리는 말들을 톡으로 해야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생각날 때마다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아이들과 셋이 한 침대에서 붙어 자는 첫째 날 밤이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