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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우먼 Jul 21. 2022

늘 그리울 이름, 친정 엄마

주말 부부의 첫째 주

  



 친정엄마가 오셨다. 편도로 5-6 시간 떨어진 곳에 살고 계셔서 큰 딸 집엘 자주 못 오시지만 가끔 오시면 손주들을 보러 가는 반가움도 있겠고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느낌도 있으신 것 같았다. 나도 시간을 넉넉히 해서 기차역으로 엄마를 모시러 가는 길이 설레었다. 

 

 늘 오실 때면 작은 보냉 가방에 오이지며 묵은지를 가져오시고, 거리가 가까우면 자주 주셨을 반찬들 중 추리고 추려 꼭 필요한 것들을 꽉꽉 챙겨 오신다. 그리고 엄마를 모시고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는 마트에 들러 배추를 사다가 겉절이를 하는 게 루틴이 되어 버렸다. 그러면 난 엄마와 같이 주방에 서서 엄마의 손맛을 느끼면서 그동안 서로 못다 한 이야기를 하나둘씩 꺼내버린다. 동생들 이야기와 친척들 이야기를 하다가 아빠 흉을 보게 되면서 엄마의 스트레스를 풀어드리는 것도 루틴에 추가가 되었다. 


 아빠는 은퇴하신 지 3년 차가 되어 가신다. 해외 출장 부서에서 근무를 하시느라 오랜 기간 동안 해외에서 고생하신 것이 너무 질리셨는지 은퇴하시고 집에서 계속 쉬고 계신다. 처음에 아빠가 "난 은퇴하고 일을 안 할 거다."라고 말씀하실 땐 몇 달, 아니 1년 정도 쉬시면 다시 일하고 싶으시겠지라고 생각했다. 능력도 있으시고 그 경력으로 오라는 곳도 있을 텐데, 벌써 2년 넘게 집에만 계시니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신다. 그렇다고 집안일을 살뜰히 도와주시거나 엄마에게 자상하신 편도 아니어서 옆에서 보는 나도 감히 그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은 엄마가 아빠를 이해하시고 한발 물러나시니 이렇게 엄마를 만나면 같이 아빠 흉을 보면서 엄마의 장단을 맞춰 드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저녁에는 아이들과 치킨도 시켜먹고 저녁 산책도 다녀온다. 잘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서로 할머니와 자겠다며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가 잠이 드는 밤이 된다. 다음날에는 엄마와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갈 계획을 세우며 나도 잠이 든다. 그렇게 아빠와 남편이 없는 빈자리를 느낄 틈이 없는 주말 부부의 첫째 주가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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