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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10. 2016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정 호 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강 일 송

오늘은 따뜻한 산문집을 한 번 보겠습니다.

저자는 정호승(1950~)시인입니다. 그는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을 하였고
경희대 국문과를 나와서,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을 합니다. 이후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등 수많은 시집과 산문집 등을 발표했습니다.

그의 글은 따스합니다. 발걸음이 빠르지 않아 산책하듯이 그의 글은 진행합니다.
잘못했다고 질책을 하지도 않습니다. 위로의 언어로 우리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듯
용기를 줍니다.

그의 글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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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황하지 않는다.

청춘 시절에는 누구나 방황하게 됩니다.  방황은 어쩌면 청춘의 특권일지도
모릅니다. 내일을 위하여 오늘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진정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그 고민이 방황의 양상을 띠게
됩니다.

방황하지 않는 청춘은 없습니다. 방황을 하고 방황이 끝나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언제까지 방황을 해야 하는 가입니다.
청춘의 시기가 지났는데도 방황하고 있다면 그것은 인생의 방해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청춘의 방황은 짧고 깊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봄날에 피는 꽃을 한번 보십시오. 꽃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황하지 
않습니다. 꽃을 피우려고 애쓰지 않으면서도 꽃을 피우고, 피어난 꽃은
그대로 방황하지 않고 열심히 삽니다.   누가 보든 말든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하늘을 향해 피었다가 때가 되면 시들어 열매를
맺습니다.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은 
“한 송이 꽃은 남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다. 오직
꽃이기만 하면 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한 사람의 존재 또한 그가 만일
진정한 인간이라면 온 세상을 기쁘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꽃은 존재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이미 아름다운 것입니다.
무엇을 이루려고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피어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 자신도 존재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이미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꽃은 피기 때문에 아름다운 게 아니라 지기 때문에 아름답습니다.
꽃이 지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꽃은 자기를 버리지 않습니다. 시들지언정 스스로 자신을 버리지 않습
니다.  자신의 향기조차 의식하지 않고 겸손히 살아갑니다.

제가 쓴 시 한 편을 보면서 내 인생의 ‘방황의 꽃’을 만나봅니다.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 인생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된다

1972년 미국에서 출간된 트리나 폴러스의 동화 “꽃들에게 희망을”은
수많은 독자들이 읽고 있는 세계적 베스트셀러입니다.  1970년대에
저도 이 책을 읽었으며, 아직도 초판본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동화에는 거대한 기둥을 향해 기어오르는 한 마리 애벌레의 이야기
가 나옵니다. 애벌레는 먹고 자고 하는 일상적 삶 외에 보다 나은 삶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수많은 동료 애벌레들이 향하는 기둥을 발견
하고 그곳을 기어오릅니다.  정상을 향해 다른 애벌레들을 짓밟으면서 오직 
위를 향해 기어오릅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정상에 다다라 그 기둥이 애벌레
로 이루어진 경쟁의 기둥, 허상의 기둥이라는 것을 깨닫고 허망해합니다.
그러다가 다른 애벌레를 만나 죽음과 같은 고치의 삶을 살게 되고 결국
나비가 되어 꽃들에게 희망을 주게 됩니다.

애벌레가 악착같이 ‘애벌레의 기둥’을 기어오른 까닭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들이 삶에 어떤 형식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형식의 대열에 동참한 탓이라
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고치가 됨으로써 수많은 꽃들
에게 희망을 주는 나비가 된 까닭은 삶이 자기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벌레는 ‘나도 나비가 되고 싶다’고 생각함으로써 나비가 된 것입니다.
만일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기둥의 정상에 머무르기만 했다면
나비가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에 어떤 형식과 정답이 있다고 여깁니다.
좋은 부모한테 태어나 좋은 학교에 다니고,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 좋은 
배우자를 만나 좋은 가정을 이루고, 남들보다 더 많은 돈과 권력과 명예를
지니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다가, 결코 죽고 싶지는 않지만 큰 
고통없이 죽기를 바라는 형식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의식 안에는 고통의 상처와 좌절의 눈물은 없고 이기와 
탐욕만 가득합니다.

인생에는 형식이 없습니다.  인생에 형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에 대한 가장 큰 오해입니다.  인생은 자기가 생각한 대로 될 뿐입니다.
기본적으로 인생은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움직입니다.

인생에는 정답도 없습니다. 정답이 없다는 게 인생의 정답입니다.
물론 연습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실제적 상황인 인생에는 녹화방송이
없고 모두 생방송입니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살 수 없습니다. 순간순간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의 ‘방송사고’를 내게 됩니다.
인생은 생방송 있는 그대로 방영될 뿐입니다. 편집하여 잘라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목표한 대로 살지 못하더라도 인생은 충분히 살 만한 가치가 있고,
있는 그대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인생에 형식이 있다면 무형식의 형식이
있을 뿐입니다. 
인생은 형식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집니다.
자기가 생각한 대로 사는 게 곧 인생의 형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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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두 편의 산문과 시를 보았습니다.

현대는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면서 정죄를 
하는 시대이기보다는, 용기를 주고 위로를 주고 안아줄 수 있는 사람과
글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삶은 치열합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사회는 더욱 더 치열합니다.
온통 서로 줄세우기로 바쁩니다.
학교에서도 서로 협력하고 보살펴 주고 함께 가는 문화가 아니라, 조금이라
도 내가 더 나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필기한 것도 안보여주고 어느 학원
다니는 지도 안 알려주는 각박한 세태입니다.

이렇게 교육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어떨까요?
여전히 사회는 조그마한 잘못도 용납이 안 되어,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부족한 인간들인지라 한시라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습니다.

정호승시인의 글을 읽으면 위로가 됩니다.
진정한 인간은 꽃과 같습니다.  꽃은 더 이뻐지려고 꾸밀 필요가 없고
남에게 봉사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꽃은 그 존재 자체로 이미 모든 것을 다 하였습니다.

존재함, 그 자체로 아름답고 소중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세상
정답 없는 세상살이지만, 따스함과 여유가 흐르는 세상

이런 세상을 오늘 한 번 꿈꾸어 보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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