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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11. 2016

<맛은 어디에서 오는가> 전중환

본성은 답이다 中

<맛은 어디에서 오는가> 전중환

-놀랍게도, 초콜릿은 달지 않다!!

* 본성은 답이다 中


                           강 일 송


오늘은 우리나라의 스마트한 진화 심리학자의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진화 심리학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설명하고,

우리나라 사회의 여러 단면들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진단하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최재천 교수 연구실에서

행동생태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텍사스 대학교(오스틴)에서 진화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경희대학교 부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맛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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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모인 도전자들이 자신이 개발한 요리를 들고 나와 대결을 펼치는

<마스터 셰프 코리아>라는 TV프로그램이 있다. 기상천외하고 색다른 요리

출품작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전라도에서 온 75세 송순자 할머니가 흔하디

흔한 홍어회 무침을 내놓는다. 수십 년간 만들어 온, 자신있는 요리라고

한다. 독설을 퍼부을 것 같던 심사위원이 시식 후 의외의 평가를 한다.

“송순자씨 요리를 맛보고 옛날 어릴 때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칭찬입니다.”


음식은 만남이고 기억이다. 그저 영양분이 든 무언가가 아니다.

지친 일상을 따뜻하게 감싸 준다. 첫사랑과 처음 만나 수줍게 주문했던

안심가스, 어머니가 싸주셨던 도시락의 소시지 부침은 지금도 표현하기

어려운 특별한 맛을 선사한다.

맛이란 무엇인가? 맛은 어디에서 오는가?

여기에 답하려면 인간만 말고 동물을 함께 봐야한다.


대다수 동물은 사실 심하게 편식한다. 소는 풀만 먹는다. 고래는 플랑크톤

만 먹는다. 코알라는 유칼립투스나무의 잎만 먹는다.

반면에 인간은 엄청난 잡식성이다. 식단에는 과일, 뿌리, 씨앗, 이파리,

곤충, 고기, 생선, 견과, 곡물 등 각양각색의 메뉴가 올려져있다.

원래 우리의 영장류 조상들은 나무 위에서 살면서 열매나 잎을 주로

먹었다. 약 200만 년 전에 일부가 초원으로 진출하면서 고기도 즐기는

잡식성이 되었다. 80만 년 전부터는 불을 사용하여 음식을 익혀 먹게

되었다. 1만 년 전부터는 농경으로부터 얻은 곡식이 주식이 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먹이를 먹는 잡식 동물은 필연적으로 딜레마에 빠진다.

오늘 처음 본 먹거리가 정말로 괜찮은 에너지원인지 아니면 아주 해로운

독인지 쉽게 판별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입에 넣자니 께름칙하고 지나치자니 아깝다’는 고민은 마트 시식 코너

에서 낯선 먹거리를 만날 때뿐만 아니라 수백만 년 전부터 우리가 늘

해 온 고민이었다.

이러한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 중의 하나가 단맛, 짠맛, 쓴맛, 감칠맛,

신맛 등 다섯 가지 기본적인 맛을 느끼는 미각 체계이다.

과거의 수렵 채집 환경에서 귀하고 중요했던 영양분을 추구하는 한편

(단맛, 짠맛, 감칠맛) 해로운 독소와 병원균을 피하게끔(쓴맛, 신맛)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되었다.


진한 초콜릿을 상상해보자. 초콜릿을 한 조각 입에 넣는다. 혀 표면의

미뢰가 초콜릿에 든 화학물질에 반응한다. 뇌에 신호가 전달되어

“달콤해!”라는 느낌이 생긴다. 초콜릿이 달콤하니 우리의 뇌는 이를

달콤하다고 여긴다. 아주 당연한 말씀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놀랍게도 초콜릿은 달지 않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과일이나 꿀처럼 높은 에너지원이 되는 음식물을

선호하는 편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우리는 당도가 높은 음식을

‘달콤하다’고 느끼게끔 진화한 것뿐이다. 만일 인류 진화에서 마늘이

높은 에너지원이었다면 우리는 생마늘 케이크를 마구 폭식하게끔

되었을 것이다.


달콤한 음식을 아무리 전자 현미경으로 샅샅이 분석을 한들 그 안에서

달콤함의 본질을 찾을 수 없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는 달콤함

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아마도 진화 과정에서 탄수화물보다 고기에

집중하는 편이 더 유리했기 때문에, 고양이는 단맛을 느끼게 하는

유전자가 꺼져 있다. (혹시 우리집 고양이가 아이스크림을 잘 먹는

다면 단맛이 아니라 기름진 지방의 감칠맛에 끌리기 때문이다.)


물론 맛은 미뢰와 신경세포, 전두엽만의 문제는 아니다. 처음에 이야기

했듯이, 어떤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가 그 음식의 맛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예일대학교 심리학자 폴 블룸은 저서 <우리는 왜 빠져드는가>에서

이를 입증하는 실험을 소개한다.

완전히 똑같은 음식을 두 집단의 사람들에게 먹게 한다. 이때 그

음식에 대한 설명은 각 집단에 다르게 설명한다. 그러고 나서 맛이

어떤지 물어본다. 그 결과는 대단히 흥미롭다.

예컨대, 같은 포도주라도 1등급 라벨을 달았을 때는 최하등급 라벨을

달았을 때보다 더 향기롭고 멋지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아이스크림

이라도 고지방 라벨의 것이 저지방의 것보다 더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코카콜라라도 상표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컵으로 마셨을

때 더 맛있다고 평가되었다.


정교한 실험을 더 통해 밝혀진 것은 음식에 대한 기대가 우리가 느끼는

맛 자체를 더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안심가스나 등심가스나

맛은 똑같다고 평소 생각할지라도, 첫사랑과 설레는 대화 속에 나눈

안심가스의 추억은 진정 더 맛있게 만든다.

행복한 추억과 결부된 음식을 지금 맛보아도 실제보다 더 맛있게 느끼는

성향이 우리의 조상들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매일 우리가 경험하는 다채로운 맛들은 수백만 년 동안 이어진 인류

진화의 산물이다. 이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은 맛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을 빼앗기는커녕 더욱 더 풍요롭고 깊이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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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도 해결 방안도 모두 다 우리

“본성”안에 있다고 말하는 진화 심리학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저자는 맛을 느끼는 것이 우리의 생존을 위해 쉽게 구분하고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우리의 생존률을 높여 주었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그 음식에 대한 생각이나 기대가 실제의 맛을 좌우한다는

실험도 소개하고 있네요. 이런 거창한 실험이 아니더라고 우리는 이미

어느 정도 이러한 사실을 생활 속에서 인식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먹는 음식은 더 맛있어 보이고, 배가 고픈 상태에서

바라보는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지지요. 시골의 촌스러운 된장맛이

추억이 바탕이 되면 최고급 레스토랑의 음식맛보다 더 그립습니다.

똑같은 코카콜라를 상표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컵으로 마셨을 때 더

맛있게 느낀다는 실험내용은 우리 인간의 인식체계가 얼마나 부실한

토대위에 서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오늘은 맛에 대한 고찰을 한번 해보았습니다.

맛은 추억이고 느낌이고 경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베스트 셀러가 된 서은국교수의 <행복의 기원> 마지막 문장이 생각이

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역시 인간은 먹는 재미 없이는 살 수 없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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